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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김상협 탄녹위원장 "고준위 방폐물법 재발의 시급…AI는 전력 효율화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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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폐물법 처리 안되면 원전 사실상 중단
해상풍력특별법도 통과돼야 에너지전환 가속화
에너지정책 포퓰리즘·정치화 논쟁서 벗어나길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RE100 전력수요 충족
구매비 낮추려 노력…무탄소 적극 활용할 필요
AI,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하지만 이점도 존재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이 서울 동대문구 국립산림과학원 숲길을 걸으며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이 서울 동대문구 국립산림과학원 숲길을 걸으며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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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공동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는 ‘그린’이다.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청색 재킷이나 셔츠, 나비넥타이를 맨다. 이제 다른 색의 옷을 입고 나오면 주위 사람들이 왜 오늘은 청색이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동대문구 홍릉숲에서 만난 지난달 28일에도 김 위원장은 청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녹색 성장을 강조하기 위해 주요 행사 때 청색 계통의 옷을 입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이덴티티가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8월부터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탄녹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현 정부 탄소중립 정책의 중심에 서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기후·에너지 관련 행사가 있을 때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다. 올해는 오는 11월 열리는 제29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준비와 내년까지 새로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작업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적 상황에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원전과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중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했다.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는 보급과 산업 공급 정책을 균형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구나 해상풍력공사와 같은 공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소신도 밝혔다.


인공지능(AI)은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하지만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에너지 정책에서 포퓰리즘과 정치화는 치명적"이라며 22대 국회에서 각종 에너지 관련 법안을 초당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홍릉숲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기획관을 그만두고 2013년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이곳을 자주 찾았다. 산림 경영은 탄녹위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산림은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으로 전체 감축 목표의 1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탄소 감축을 위해 공기 중 탄소직접포집(DAC)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산림은 자연에 기반한 해결책(nature based solution)이다. 홍릉숲에는 국내 녹화사업의 중심에 있었던 국립산림과학원(옛 임업연구원)도 자리하고 있다. 이곳 홍릉숲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다니며 연구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직접 고른 지역이라고 한다. 한국은 성공적으로 녹화산업을 이끈 국가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더 노력할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 나무들보다 탄소 흡수율이 30~40% 높은 ‘엘리트 트리’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탄녹위의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탄녹위는 지난 4월 전문가, 시민사회, 미래 세대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의 2023년 추진 상황을 종합 점검했다. 그 결과 탄녹위는 그동안 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데 노력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에너지 전환과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각각 24.1%, 6.2%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2030년까지 420조원 규모의 녹색 사업 투자 확대 방안도 마련했다. 다만 추진이 늦어지거나 당초 목표가 변경돼 보완해야 할 과제도 일부 있었다. 중소·중견기업의 탄소중립 감축 설비 지원, 일회용품 규제, 건물 그린 리모델링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각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현 정부 들어 원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다. 다만 단순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넘어 질서있고 체계적인 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 과거 보급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외산 기자재에 대한 의존이 심화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재생에너지는 보급과 산업 공급 정책을 균형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용량을 2030년까지 3배 확대하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및 효율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바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이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앞으로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가.

▲해상 풍력과 태양광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전력 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해상 풍력과 관련해 환경성,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정부 주도로 보급을 확대하고 관련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과 관련해서는 산단, 영농형, 건물 태양광 등 다양한 방식을 추진하고 전력 계통 여유 지역으로 신규 설비의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 개선, 전력구매계약(PPA) 활성화 등을 통해 전력 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이 서울 동대문구 국립산림과학원 숲에 앉아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이 서울 동대문구 국립산림과학원 숲에 앉아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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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시급히 다뤄야 할 법안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는 탄소중립의 중요한 전략적 기반이다.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과 해상풍력 특별법을 22대 국회에서 시급히 다뤄야 한다. 고준위방폐물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원전 임시 저장시설의 수용 용량이 2030년 이후 순차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러 사실상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육상의 한계를 벗어나 영해인 바다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해상풍력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해상풍력공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정책에서 포퓰리즘과 정치화는 치명적이다. 국제적으로 볼 때 탄소중립이라는 방향만 맞는다면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에너지 믹스는 존중해주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22대 국회에서는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의 논쟁에서 벗어나 전력망 인프라 구축, 에너지 가격 현실화,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등 탄소중립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 RE100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9.4TWh(테라와트시)로 RE100으로 재생 에너지 수요(10.1TWh)를 넘는다. 향후 정부 계획대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경우 우리 기업의 RE100 이행 물량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국내 여건상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이 해외에 비해 높아 비용 측면에서 애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안정화, 망사용료 지원 확대, PPA 활성화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녹색프리미엄 제도도 개선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불리하고 전력 계통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 국내 상황에서 에너지를 안정적, 경제적으로 공급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 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모든 무탄소 에너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무탄소에너지(CFE)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우리 정부는 현재 국제적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RE100을 포괄하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CFE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이 가능한 CFE 인증제도를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주요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프랑스 등은 이미 지지를 표명했다. 일본, 중국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열리는 COP29에서는 어떤 의제를 다루게 되는가.

▲파리 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은 2035년까지 NDC를 2025년 2월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사국들은 이전보다 진전된, 최고 한도의 의욕적인 NDC를 제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각국은 새로 도입된 격년 투명성보고서(BTR)를 올해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기후 재원 마련도 핵심 의제로 대두될 것이다.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 및 적응 기금 등에 대한 공여 요청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현재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관계 부처가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의 2035년 NDC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2035년 NDC는 진전의 원칙에 따라 2030 NDC(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보다 강화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몇 %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관계 부처가 지난 3월부터 전문가 기술작업반을 구성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탄녹위는 정부가 마련한 수치를 수동적으로 받기보다 학계·산업계·시민사회 등과 활발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 정교하고 치밀한 감축 목표가 수립되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기후테크가 있다면.

▲소형모듈원전(SMR)과 초고효율태양광 기술은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 AI도 기술 솔루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AI가 기후 예측을 비롯해 교통과 에너지 시스템 관리, 저탄소 물질 발굴 등에서 뛰어난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며 AI 이니셔티브를 선포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AI가 기후 대응의 모든 영역에 등장할 것이라며 자체 인력양성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AI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AI는 전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승부처가 될 수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고위급 회의, 세계 수소서밋에 다녀온 소감은.

▲IEA의 ‘제2기 사람 중심 청정에너지 전환 글로벌 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파리에서 열린 ‘사람 중심 청정에너지 전환 고위급 회의’에 다녀왔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 시장과 고용의 변동을 논의하고 포용적인 에너지 전환 기준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세계 수소서밋에 참석해보니 해외 각국이 수소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계획대로 하고 있었다. 특히 네덜란드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되는 나라인데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0억달러를 투입한다고 한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2019년부터 한 발 한 발씩 장기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서밋에 참석해 우리나라 수소 정책에 대해 설명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선제적 행보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송 분야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수소 혼소 등 발전 분야, 수소 환원 제철과 같은 산업 분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40년대가 되면 수소는 원전, 재생에너지와 함께 3대 에너지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김상협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963년생 ▲서울대 외교학 학사 ▲서울대 외교학 석사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 박사 수료▲대통령실 녹색성장기획관 ▲카이스트 경영대학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 ▲우리들의 미래 대표 ▲제11대 제주연구원 원장 ▲카이스트 녹색성장 지속가능 자문역(부총장)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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