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절 EU대사 손들런드 인터뷰서 공개
"트럼프, 푸틴 칭찬은 전략적 행위" 주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내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수십 차례 '러브 레터'를 주고받기까지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심한 욕설을 써가며 불신을 드러낸 적이 있다는 발언이 공개됐다.
25일 동아일보와 연합뉴스 등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임한 고든 손들런드 전 유럽연합(EU) 대사가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눴던 이러한 대화 내용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시 손들런드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차에 동승해 "각하 솔직히 말씀해 보시라"며 "김정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X(f*****)은 기회가 있으면 내 배에 칼을 꽂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포린폴리시는 손들런드 전 대사 발언의 요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든 독재자들에게 공개적으로는 칭찬 공세를 퍼붓지만 실은 누구보다 판세를 잘 읽으며 냉정한 현실정치 관점에서 국가안보에 접근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트럼프는 푸틴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전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공개적으로 푸틴을 칭찬하지만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언행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에도 유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방비 지출이 적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을 저버리거나 푸틴 대통령을 공개 칭찬하는 것은 원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반대 행동이라는 것이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벨벳 장갑에 싸인(매우 섬세하게 다루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으로 규정했다. 미치광이 이론이란 국제정치에서 상대가 자신을 비이성적인 상대로 인식하게끔 유도해 결국에는 협상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전략이다. 최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에 "러시아에 구금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가 대선 전 풀려날 것"이라며 "푸틴이 날 위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 극과 극을 치닫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지속했다. 그는 취임 초 '화염과 분노' 등 격한 발언을 퍼부으며 김 위원장과 맞섰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두고 '꼬마 로켓맨', '병든 강아지'라고 표현했으며 김 위원장 또한 '늙다리', '겁먹은 개'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이들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고 이른바 '러브 레터'로 불리는 친서 27통을 주고받으며 겉으로는 친분을 이어오는 듯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을 "터프하고 스마트한 좋은 협상가"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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