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년 음주운전으로 20대 남녀 사망해
경찰 체포 후 15시간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현지 법원, 15일 봉사와 반성문 제출 명령
인도에서 음주운전으로 2명을 숨지게 한 10대 소년에게 법원이 '반성문 제출'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NDTV 등 외신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州) 푸네시에서 지난 19일 오전 17세 소년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 20대 남녀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교통사고를 낸 소년은 사고 당시 만취 상태였으며 포르쉐를 시속 240km 이상으로 운전하다가 피해자들이 타고 있던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여성은 사건 현장에서 사망했고,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에 체포된 A군은 미성년자를 담당하는 청소년 사법위원회에 넘겨졌지만 15시간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현지 법원은 15일간의 사회봉사와 함께 '교통사고와 그 해결책'에 대한 300자 에세이 작성 제출을 명령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도에서는 공분이 일었다. 특히, A군이 유명 부동산 재벌 아들이라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도의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의 라훌 간디 당수는 "포르쉐를 몰고 음주운전을 하는 부유층의 아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내도 에세이를 제출하라는 처벌만 받는다. 트럭이나 버스 운전기사에게는 왜 에세이 제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가"라며 분노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제공한 식당 관계자, A씨 아버지 등을 뒤늦게 체포했다. 아미테시 쿠마르 푸네 경찰청장은 "미성년자인 아들의 운전을 허용한 혐의로 이 소년의 아버지가 체포됐다"며, "이 소년에게 술을 제공한 3명을 비롯해 숨진 두 어린 생명이 정의를 얻고 피고가 정당한 처벌을 받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네 경찰이 이 소년에 대한 보석 명령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살인 혐의가 아닌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 사건을 단순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피해 남성의 어머니는 NDTV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나는 다시는 아들을 만날 수 없다"며 "그 소년이 이렇게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살인"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 여성의 어머니는 "부모는 아들을 제대로 키우지 않았다. 아들에게 차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며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소년과 부모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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