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관람불가 7.3%포인트↓
등급 상향 조정 사례도 여럿
사후 모니터링·누적 벌점제 강화해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임모씨(47)는 얼마 전 초등학생 아들과 인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시청하다 깜짝 놀랐다. 영상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등장인물이 마약을 하는가 하면 성범죄를 묘사하는 듯한 대사도 빈번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해당 콘텐츠는 초등학생도 보호자 동반하에 시청할 수 있는 15세 관람가였다. 임씨는 "수위만 보면 청소년 관람 불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내가 등급을 잘못 봤나 싶어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며 "점점 선정적인 영상물에 무뎌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OTT 사업자가 영상물 등급을 자체적으로 정하는 'OTT 자체 등급 분류제'가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OTT 사업자가 자체 등급 분류 시 평가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시정하고 이를 사업자 재지정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4일 영등위가 발표한 '주요 OTT 등급 분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청소년관람불가'로 판정받은 영상물 비율은 전체 19.4%로 직전 연도인 2022년(26.7%)과 비교해 7.3%포인트 감소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상물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집계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전체 관람가 등급은 2022년 18.4%에서 지난해 31.4%로 13%포인트 늘었다. 12세 이상 관람가와 15세 이상 관람가는 모두 5% 이내 차이를 보이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영등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후 일본 비디오물에 대한 자체 등급 분류가 가능해짐에 따라 일본 애니메이션 영향으로 전체 관람가 등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지난해 OTT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감소하면서 전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비율도 많이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2월 영화·비디오물진흥법(영비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다음달인 3월부터 OTT 자체 등급 분류제를 시행했다. 자체 등급 분류제란 기존에 영등위에 부여된 영상물 등급 판정 권한을 일정 요건을 갖춘 OTT 사업자에 넘기는 제도를 말한다. 각종 OTT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등급 판정에만 2~3주씩 걸리자 OTT 경쟁력 강화, 효율성 증대 등을 목적으로 OTT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OTT 사업자가 시청 층 유입 등을 이유로 선정성·폭력성 등에 관한 판정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영등위가 발표한 '영등위 등급 조정 상향 권고 사례'를 살펴보면 해당 제도 시행 이후 부적절한 등급으로 판정받은 영상물이 여럿 적발됐다.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OTT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15세 관람가를 판정했지만, 영등위는 선정성이 높다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분류했다. 불륜 조장 사이트에 관한 내용을 다룬 한 다큐멘터리 역시 자체 판정 결과 15세 관람가로 분류됐다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수정됐다.
전문가들은 영등위가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누적 벌점제를 운영하는 등 일정 부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영등위는 '일반인 모니터링단'을 두고 등급 적절성을 사후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무작위 추첨 방식인 탓에 한계가 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등위가 자체 분류된 영상물 하나하나를 지금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등급이 적절하지 않은 영상에 대해 수정 조치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다음 사업자 재지정 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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