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에 10대 채용하는 美
투표권 없어도 가능
"올해 100만명 필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판 대결이 될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 당국이 10대 학생들을 투표소 지원 인력으로 적극 채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거지원위원회는 올해 100만명에 달하는 투표소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10대 학생들 영입에 뛰어들었다. 과거 투표소 관리·지원 인력 대부분을 차지했던 60대 이상 고령층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활동을 주저하면서 선거 기간 투표소를 관리할 인력 공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투표소 2곳 중 1곳 이상이 선거철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2022년도 선거지원위원회 조사도 있다. 이 조사에서 집계된 평균 투표소 직원 연령은 61세. 비중으로 보면 71세 이상 직원이 26.1%, 61~70세는 31.7%로 이미 61세 이상 직원만 50%에 달한다. 41~60세는 26.4%였으며, 40세 이하의 직원 비중은 16.1%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거 당국은 오는 11월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학교를 방문하며 10대 학생들을 투표소 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펜실베이니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선거 당국자들이 지역 내 고등학교 교실을 직접 방문해 학생들에게 유권자 서명받는 법, 투표 기계를 통한 용지를 스캔하는 방법 등 투표소 직원의 업무 내용을 교육하기도 했다. 모든 10대 학생이 투표소 안에서 일을 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사전등록을 한 경우라면 가능하다. 선거 당국은 이들에게 280달러(약 38만3000원)의 보수도 지급했다.
보통 10대들은 투표소 안에서 단독 업무를 맡지는 않고, 기존 직원과 2인 1조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 경험이 부족하지만, 연령대가 높은 기존 직원보다 힘이 좋고 신기술에 뛰어난 점을 활용해 무거운 짐을 들거나 투표 기기를 사용하는 업무를 주로 한다.
메인주는 다음 달 11일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투표소 직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16~17세를 포함한 지역 내 추가 인력을 구한다고 발표했다. 이 주는 2018년부터 학생이 투표소 직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다만 펜실베이니아주처럼 보수를 지급하진 않는다. 메인주 내 한 교사는 학생들이 당일에 피자 외에는 받는 것이 없지만 선거 당일 등교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이후 대학 원서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필라델피아에서도 2021년부터 10대 학생들이 투표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선거 당국의 연락을 받고 평소 출석을 잘하는 학생이나 성적이 좋은 학생을 추천해 투표소 업무를 보도록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프라이머리에 이 학교 학생 40명이 투표소에서 일했고, 현장에서도 크게 문제없이 원활히 업무가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WSJ는 "2020년 대선과 2021년 1·6 의사당 폭동을 비롯한 정치 분열이 심화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투표소 직원 모집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10대 학생들이 투표소라는 현장에서 각종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일 경험을 쌓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WSJ는 덧붙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채용하는 방식 외에도 미 선거 당국은 새로운 방식으로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켄터키주에서는 일부 와인병에 QR코드를 부착해 투표소 직원이 되라고 홍보하고, 디트로이트에서는 한 농구팀이 투표 당일 업무를 보기로 했다. 일부 주에서는 변호사가 투표소에서 자원봉사로 일할 경우 일부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WSJ는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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