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천비디아(엔비디아 주가 1000달러)'를 찍을까.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엔비디아발 AI 랠리를 본격화했던 1년 전처럼 또다시 호실적이 확인될 경우 뉴욕증시 전반에서 서머랠리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잇따른다.
내일 새벽 엔비디아 실적에 주목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다음날 공개되는 실적 기대감에 힘입어 전장 대비 0.64% 오른 953.86달러로 마감했다. 앞서 3월25일 기록했던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950.02달러)를 약 두 달 만에 돌파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주가 1000달러를 뜻하는 천비디아도 머지않았다. 스티펠, 바클레이스, 베어드 등은 전날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각각 1085달러, 1100달러, 1200달러로 상향한 상태다. 야후파이낸스가 집계한 월가 주요 투자기관들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1035달러다.
월가 전망을 취합한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22일 뉴욕증시 정규장 마감 후 공개되는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1분기(2~4월)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5.65달러로 전년(1.09달러) 대비 400%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분기 매출 역시 지난해 71억9000만달러에서 올해 246억9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43% 성장이 전망됐다. AI칩 수요 급증 등에 힘입어 엔비디아의 실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에버코어ISI는 투자자 메모에서 "엔비디아가 월가 전망을 넘어설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음날 실적에 따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2000억달러(약 272조8000억원)가 출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트레이드 알러트가 엔비디아에 대한 주식시장 옵션 포지셔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콜(매수)옵션과 풋(매도)옵션 가격은 주가가 양방향으로 8.7%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의 시총 변동폭이 2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지난 8분기 동안 분석 결과 평균치(12%)에는 못미친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92%가량 치솟았다. 나일스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인 댄 나일스는 CNBC에 출연해 AI붐에서 엔비디아의 위치를 1990년대 인터넷 구축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맡았던 시스코에 비유했다. 그는 시스코의 주가가 3년간 몇차례 극적인 하락세를 겪었으나 결론적으로 2000년 최고점 기준 4000%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역시 단기적 조정과 별개로 비슷한 주기를 거칠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아직 AI 구축 초기 단계"라며 "엔비디아의 수익은 향후 3~4년간 현 수준보다 3~4배 늘어날 것이며, 주가도 이에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 안팎에서는 엔비디아가 올해 말 출시하는 차세대 AI칩 블랙웰로의 전환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를 주가 향방의 관건으로 꼽고 있다. 블랙웰 출시를 대기하는 과정에서 구형 호퍼 모델의 구매를 보류하면서 일종의 소강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 애플 등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자체 칩 개발 역시 변수로 거론된다. 다만 이날 아마존이 블랙웰 출시가 임박하자 기존 반도체 주문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엔비디아의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 파이퍼샌들러는 빅테크들이 자체 칩을 구축하더라도 엔비디아는 시장 점유율을 크게 잃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머랠리 신호탄 될까…주요 변수 된 엔비디아 실적
그간 AI 랠리를 견인해온 엔비디아의 실적은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인 뉴욕증시 전반에도 여파가 불가피하다. Fx스트리트는 최근 글로벌 증시 랠리가 확대되면서 시장이 AI랠리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엔비디아의 실적은 전반적인 시장 정서에 중요하다"고 주목했다. 마켓워치 역시 월가 투자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인용해 뉴욕증시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엔비디아의 실적을 꼽았다.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의 행사에서도 AI 관련 내용이 중심이 되면서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존재감이 재확인됐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기업 실적 발표에서 AI 언급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특히 AI붐이 기대되는 에너지 부문의 경우, 1년 전만 해도 실적발표 기업 중 19%만이 AI를 언급했으나 올해는 66%까지 급증했다.
야후파이낸스는 "큰 그림의 차원에서 투자자들이 AI 수요와 관련해 엔비디아의 실적보고서를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며 "호실적과 가이던스로 투자자들을 거듭 놀라게 했던 엔비디아의 행보가 유지되는지, 중단되는지에 따라 다양한 부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전략가는 이번 실적에서 엔비디아의 제품 수요에 둔화 징후가 확인될 경우 뉴욕증시 전반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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