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력단절女 134만명
여가부, 전국 158개 새일센터 운영
기업 인턴십 연계, 근로자당 60만원 지원
새 업무로 재취업, 창업 분야 개척도
#. 이미진씨(51·경기 안산)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다니던 여행사에서 해고됐다. 이미 연령이 높아 이력서를 받아주는 회사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러던 중 반려동물 창업 교실에서 수업받고 자격증을 딴 후 반려동물 보호사로 제2의 삶을 살게 됐다.
#. 황혜란씨(44·경북 영주)는 10년 넘게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전문가였다. 하지만 결혼 후 지방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수년간 경력이 단절된 채 육아에 전념했다. 아이가 자란 후 새롭게 일할 곳을 찾던 중 능력에 맞는 회계 업무를 소개받고 재취업을 하게 됐다.
이씨와 황씨는 모두 여성가족부 산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의 도움을 받아 재취업을 했다. 새일센터를 이용해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전에는 몰랐던 일들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력이 끊기기 전 대부분 1~2개의 전문적인 업무를 했던 경우가 많다 보니, 막상 재취업이 필요한 시기에 어떤 일을 새롭게 할 수 있을지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용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경력단절 후 스스로 새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황씨는 "육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니 파트타임으로만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시 일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일하지 못하게 되는 시간 동안 심리적으로, 금전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 수는 134만9000명으로, 전체 기혼여성의 17.0%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보다 4만8000명 감소했다. 경력단절을 유발하는 결혼과 출산이 줄어든 영향으로 추정된다.
경력단절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육아'가 42.0%로 가장 많았다. 결혼(26.2%)과 임신·출산(23.0%), 자녀교육(4.4%), 가족돌봄(4.3%)이 뒤를 이었다. 여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력 단절 여성이 재취업에 걸린 시간은 8.9년으로 추산됐다. 경력 단절 이후 새로 구한 일자리는 기존 직장에 비해 임금도 낮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력단절女 16만명 재취업… 새 분야 개척도
여가부 산하 기관인 새일센터는 경력단절여성 및 구직여성 등을 대상으로 직업상담, 구인·구직관리, 직업교육 등을 종합 지원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158개소의 새일센터를 운영 중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새일센터를 이용한 58만9685명 중 약 28%인 16만5539명이 재취업을 했다. 2019년 17만명대였던 취업자 수는 코로나 팬데믹 직후 16만명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소폭 상승했다.
실제 새일센터에서는 구인 수요가 높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직종 등 다양한 직업훈련 과정을 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무관리, 서비스, 재무·회계 분야부터 IT(정보통신), 건설, 기계 등 전문 기술, 바이오, 콘텐츠 등까지 다양하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틈새 직종'을 새롭게 발굴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다 출산으로 경력이 끊겼던 이윤지씨(36·경북 영주)도 우연한 기회에 새일센터를 알게 돼 한식조리실무자양성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영주 특산물인 생강과 도라지를 활용한 수제간식 공방을 꾸리고, 어린이전통간식 원데이 클래스 강사로도 근무하고 있다. 이미진씨 역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수업, 유기견 구조 입양 교육을 진행하는 등 새로운 직업을 개척하고 있다.
여가부는 '새일여성인턴 과정'을 수료하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취업 지원을 위한 비용도 제공한다. 3개월간 인턴을 채용하는 기업에는 최대 320만원을, 근로자에게는 60만원을 지급한다. 인턴 희망 여성과 기업을 연계하고 3개월간의 인턴십을 거쳐 6개월 이상의 고용 유지를 지원한다.
재취업을 하게 된 이후에도 센터는 지속적으로 사후 관리를 진행한다. 용산새일센터 관계자는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뿐 아니라 계속해서 구직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꾸준히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며 "일을 하는 경우에도 커리어 등 직장 생활 안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단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 도움 없이는 취업 못 할 수도"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2월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새일센터를 방문해 취업지원서비스 정책수혜사례를 청취하고 관계자들과 새일센터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여성가족부]
원본보기 아이콘다만 재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 사이에 새일센터가 잘 알려져 있지 못한 것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황씨는 "처음에는 센터를 알지 못했다가 구인업체를 통해 연계를 받았다"며 "새일센터를 알고 나서 주변에 경력단절이 된 여성들에게 한번 가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더 많이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전 근무하던 직장보다 재취업한 직장에서 낮은 급여를 받거나 업무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도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새일센터 이용자들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일단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재희씨(39·서울 용산구)는 "재취업하게 된 업무가 전부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센터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직까지 미취업 상태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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