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둔 혼란이 이어지면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앞둔 금융소비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한동안 주춤했던 변동형 상품의 비중이 재차 느는 추세다.
은행권에선 예측대로 하반기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대출금리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닌 만큼 섣부른 기준금리 예측보다는 현재의 금리 수준을 기준으로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7일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기준 3.80~6.80%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초(3.90~6.86%) 대비 상단은 0.06%포인트, 하단은 0.1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런 약보합세의 배경엔 시장금리의 하락과 금융당국·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적금 등 조달금리 하락으로 지난달 코픽스는 전월 대비 0.05%포인트 내린 3.54%를 기록하는 등 다섯 달 연속으로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분만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가계부채가 거듭 상승할 기미를 보이면서 금리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혼합형(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은 반등하고 있다. 4대 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34~5.70%로 4월 초(3.06~5.70%)와 비교하면 상단은 유사한 수준이나, 하단은 28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준거 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1일 은행채 5년물 AAA등급의 수익률은 3.731%였으나 이후 이란-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4월 말엔 3.956%로 4%대에 근접하기도 했다. 중동분쟁이 다소 진정되면서 은행채 금리는 이달 들어 3.7~3.8% 수준을 횡보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변동·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이한 흐름을 보이면서 금융소비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당장 혼합·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간 금리 차이를 보면 지난달 초엔 상·하단이 각기 0.84%포인트, 1.16%포인트에 달했지만 지난 17일 기준으론 0.46%포인트, 1.10%포인트로 축소됐다.
금리 전망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란·이스라엘 분쟁 등의 여파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단 관측까지 제기됐지만 최근엔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한 3.4%를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며 재차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안 주춤했던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도 올해 들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 1월 34.1%, 2월 34.4%, 3월 42.5%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명간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는 금융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은행권에선 기준금리 등락에 베팅하기보다는 현실의 금리로 득실을 따져보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기준금리가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시차를 두고 적용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 변동금리를 선택한 금융소비자들은 Fed가 연내 2~3회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은도 따라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면서 "하지만 Fed와 한은의 금리 인하에도 시차가 있고,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금리 인하 간에도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혼합·변동금리의 갭(gap)이 크지 않다면 변동금리가 훨씬 메리트가 있겠으나, 50bp 정도의 차이가 있다면 혼합금리를 선택한 뒤 3년 후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으로 기존 대출금액을 그대로 대환대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렇다면 현재 대출 시점에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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