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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시험 거쳐 60년간 '단 4명'…가장 희귀한 공무원 정체 [뉴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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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명장 작성하는 필경사
엄격한 시험 거쳐 단 1명만 채용
연간 4000장 작성하는 붓 장인

편집자주초고령화와 초저출산, 여기에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직업의 세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직장인생의 새로운 도전, 또는 인생 2막에 길을 열어주는 새로운 직업 '뉴 잡스(New Jobs)'의 세계를 알려드립니다.

1962년부터 현재까지 단 4명만 존재했던 국가 공무원직이 있다. 바로 필경사(筆耕士)다. 뜻을 풀이하면 '붓으로 밭을 가는 사람'이다. 과거 대부분의 사람이 농기구로 밭을 갈아 끼니를 해결했다면, 필경사는 글씨 쓰기를 업으로 삼았다. 인쇄기, 팩스를 지나 전자 문서가 일상화된 현대에도 필경사는 꿋꿋이 살아남았으며, 엄연히 우리나라 공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단 4명 존재했던 공무원

국내 대통령 임명장은 전부 필경사가 작성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내 대통령 임명장은 전부 필경사가 작성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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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인사혁신처는 필경사 채용 안내 공문을 냈다. 채용 인원은 단 한 명. 1962년 필경사 업무가 탄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단 4명의 필경사가 있었는데, 이전 필경사였던 김이중 전 사무관이 최근 퇴직하면서 빈자리를 메꾸려는 것이다.

이들의 업무는 '5급 공무원부터 국무총리까지 국가직 공무원 임명장을 붓글씨로 쓰는' 것이다. 자격 요건은 임용 예정 직위와 동일하거나 이에 상당하는 직위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 경력, 혹은 관련 직무 분야에서 3년 이상 연구나 근무한 민간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또 미술, 서예 등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거나 관련 분야 학사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근무한 연구 경력이 있어야 한다.


역량 기준치 못 미치면 아예 못 뽑는다

지난해 개인 사유로 퇴직한 것으로 알려진 필경사 김이중 전 사무관.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지난해 개인 사유로 퇴직한 것으로 알려진 필경사 김이중 전 사무관.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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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는 모든 대통령 임명장을 손수 작성한다. 이들이 제작하는 임명장의 개수는 연간 4000~7000장에 이른다. 임명장은 대통령 이름과 국새가 찍히는 중요한 문서인 만큼, 종이에 써 내려가는 붓글씨도 단연 최고의 솜씨여야만 한다.


이 때문에 필경사 시험의 난이도는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진다. 채용 희망자들은 먼저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이후 실기를 통해 최고의 붓글씨를 가린다. 한글 서체, 글자 배열 등 글씨와 관련한 모든 역량을 꼼꼼히 평가받는다.

만일 그 해 지원자들의 역량이 기준치에 못 미치면 아예 선발을 보류한다. 실제 인사처는 2022년 12월 필경사 선발을 보류했다. 당시 실기 시험을 본 21명의 지원자 모두 적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민간에선 컴퓨터가 대체했지만…'상징성' 여전

필경사라는 공무직이 처음 창설된 1960년대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도 필경사를 채용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최고의 서예 기술은 타자기 이상의 취급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쇄기, 워드 프로그램이 보편화하면서 민간 사회에서 '직업인'으로서의 필경사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공무직에선 대체할 수 없는 '상징성' 덕분에 필경사가 살아남았다. 사실 2005년 5급 이상 공무원이 받는 임명장을 전산화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 공직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필경사가 쓴 '수기 임명장'이 돌아왔다고 한다. 인생의 위업으로 삼을 만한 임명장을 무미건조한 복사본으로 때울 순 없다는 거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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