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내 핵심 지도부인 박찬대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중립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장까지 친명인사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CBS 라디오에서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라며 “구도를 정리하는 일을 대표나 원내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추미애 당선인을 사실상 추대하기 위해 친명계 교통정리를 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민주당이 박 원내대표 추대에 이어 국회의장 경선을 앞두고 정성호·조정식의 후보 사퇴 및 단일화가 진행되면서 당내 경쟁이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5선, 6선쯤 되는 중진 의원들이 중간에 '드롭'하는 모양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만약 박 원내대표나 혹은 이재명 대표, 또는 가까운 분들의 권유를 받아서 중단한 것이라면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다만 두 분이 어려워서 레이스가 안 될 것 같아 드롭했다면 본인 자유니까 문제 될 게 없다. 그런데 자꾸 누가 관여했다, 전언했다, 후보 사퇴를 권유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는데) 저는 굉장히 부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추미애 당선인에 "국회의장이 되시겠다고 나오신 분이 이런저런 정치적 쟁점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은 좀 삼가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계속된 추 의원의 발언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김진표 국회의장 역시 민주당의 친명 독주에 우려를 표했다. 김 의장은 앞서 의장 후보들의 친명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 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며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 된 행정과 편파 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일각에선 친명 주도의 당 운영을 통해 22대 국회 운영에 속도감을 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추 당선인 역시 한 라디오에서 "당심이 곧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이고, 명심이 곧 민심"이라며 "개혁 정치가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마음일 것"이라고 친명 지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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