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도 그랬다. 20대 내내 화랑 점원, 빈민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수험생, 광산 노동자를 위한 전도사 등 여러 일을 전전하며 소위 ‘방황’했다. 그 방황의 터널을 지나 20대 후반에 와서야 그는 화가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을 결코 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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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자신에 대해 무지한 백지상태에서 태어난다. 빈센트 역시 그랬다. 그는 자신에 대해 무지한 상태가 싫었다. 평생 그 상태에 머물다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20대에 스스로 번데기가 되는 길을 택했다. 번데기가 되어 수년간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각고의 시간을 보내다 그림을 그리는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또렷이 자각했다. 이후 회화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또다시 번데기가 되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각고의 시간을 보내다 ‘자기만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창조’한 화가로 마침내 거듭나고야 만다. 이렇게 두 차례의 변태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을 지닌’ 나비가 된 미술가는 빈센트 반 고흐뿐만이 아니다.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지닌 예술가라면 모두 이러한 번데기 과정을 여지없이 겪는다.
흥미로운 건 이 번데기 과정을 미술가라 불리는 사람들만 경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이 과정 속에 있다. 운동을 하든, 노래를 부르든, 발명을 하든,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요리를 하든, 글을 쓰든, 춤을 추든, 말을 하든,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이 과정은 진행 중이다. 인간은 모두 자신에게 무지한 백지상태로 태어난다. 누군가는 삶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영영 자신에 대해 정확히 모를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는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스스로 번데기가 되기를 선택한다. 그 번데기 속에서 누군가는 자기만의 해답을 발견해 껍질을 찢고 나와 나비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실패하기도 한다. 물론, 거듭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다면 끝내 나비가 될 수도 있다. 애벌레가 번데기 껍질을 까고 나와 나비가 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는 온전히 애벌레의 선택과 노력에 달렸다.
-조원재, <삶은 예술로 빛난다>, 다산초당, 1만8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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