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문 연 강서구 '마곡안전체험관'
연 14만4000명 체험형 안전교육 가능해
지하저류조 땅에 3825㎡ 규모 체험관 세워
강서구와 서울시·시교육청 협력 최초 사례
“문을 힘껏 밀어보세요. 지금 종아리 높이까지 물이 올라온 상황입니다. 무릎까지 물이 차면 성인 남성들도 문을 열기 어렵습니다.”
반지하 계단을 연상하는 모니터 화면에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게 보였다. 몸무게 70kg이 넘는 기자는 방화문을 힘껏 밀었다. 문은 10cm 정도 밀리다 다시 닫혔다. 황당했다. 문밖의 압력은 예상보다 강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안전체험관 3층. 풍수해안전체험실 방화문 앞에서 상황을 설명하던 허용하 관장은 “호우주의보가 발령됐을 때는 바닥에서 30㎝까지 물이 차기 전에 반드시 나와야 한다. 만약 그 높이를 넘었다면 119에 무조건 신고하라”고 말했다. 허 관장은 “수위가 30cm 이하일 때는 벗어날 수 있지만, 그 이상일 때는 자력으로 탈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2층 교통안전체험실로 이동했다. 시내버스와 내부가 똑같은 모형버스 좌석에 앉아 시키는 대로 안전벨트를 맸다. 버스가 운행을 시작하자 마곡동 시가지를 담은 3D 화면이 좌우, 전면에 펼쳐졌다.
앞서가던 승용차가 예고 없이 급브레이크를 밟자 우측에서 끼어들던 화물차가 버스를 들이받았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지만 튕겨 나갈 것 같은 강한 충격이 왔다. “아, 이런….”
평소 버스를 타면서 언제고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버스에 구비된 손 망치로 유리창 위쪽 양 끝을 차례로 강하게 때렸다. 유리가 깨지는 가상 화면이 나타나면서 탈출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시설”이라고 강사가 말을 보탰다.
지난 4월 17일 문을 연 마곡안전체험관은 각종 재난과 위험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대비할 수 있는 체험형 안전교육 시설이다. 다음 달까지 시범운영을 하고, 올 7월부터 정식 운영한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지난 7일 오전 11시에는 인근 공진·수명초등학교 4, 5학년 학생 50여명이 체험교육을 받으러 왔다. 아이들은 머리를 감싸고 책상 밑에 들어가 지진 진동을 직접 체험하고, 강풍을 맞으며 상기된 얼굴로 쇠 난간을 잡고 이동했다.
응급처치체험실에서는 공진초 4학생 스물네 명이 심폐소생술 애니(CPR Anne) 인형을 하나씩 잡고 힘차게 누르고 있었다. CPR 교육을 맡은 한경희 강사는 “손을 같은 방향으로 포개 깍지 끼고, 무릎을 90도 각도로 세우고 직선 방향으로 구령에 맞춰 누르라”고 했다.
“그냥 세게 누르기만 하면 안 된다.” “5㎝를 눌렀으면 누른 만큼 가슴이 올라오도록 이완해줘야 한다.” “속도가 너무 빨라도, 느려도 안 된다.”
한 강사는 목청을 높였다. 아이들은 소란스러운 것 같았지만 첫 번째 실습보다 월등히 나아진 점수가 대형 화면에 나타나자 환호했다. 애니마다 번호가 있어서 속도와 힘 전달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체험실 화면에 화살표와 백분율로 표시된다. 본인이 제대로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학습효과가 더 좋다.
허 관장은 “이 체험관은 강서구와 서울시, 서울시교육청이 협력하고 비용도 분담해 지은 전국 최초 사례“라면서 “학생, 성인 등 연간 14만4000명에게 체험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마곡안전체험관은 지상 3층, 연면적 3825㎡(1157평) 규모로 총사업비 228억원이 투입됐다. 교통안전, 자연재난, 화재안전, 보건안전, 사회기반안전, 학생안전 등 6개 분야 12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발산근린공원 내 지하 저류조 땅을 이용해 지었다. 체험관 지하는 여전히 홍수 대비를 위한 저류조다. 기피 시설로 여겨지던 곳이 체험관으로 바뀌니 인근 주민 반응도 좋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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