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5년간 국공유지 무단 점유한 마장동 먹자골목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정비한 모범사례... 주민과 먹자골목 상인이 상생하는 방안으로 ‘안심상가 마장청계점’ 조성하여 22개 업소 이전 완료... 5월 8일 철거 시작 27일까지 완료 예정, 철거 부지는 주민 편의 시설로 조성 예정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약 35년간 무허가로 운영되었던 마장동 먹자골목이 5월 8일 일제 철거 정비를 시작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밝혔다.
성동구는 5월 27일까지 마장동 먹자골목 철거를 완료하고 토지 소유자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주민 편의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마장동 먹자골목이 생긴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무렵부터다. 소 도축장 일대 및 청계천변 도로 정비계획에 따라 서울시가 청계천 인근의 노점상들을 현재의 마장동 437 일대(국공유지)로 이주시켰고 그 과정에서 무허가 건물이 발생, 마장동 먹자골목이 형성됐다.
마장동 먹자골목은 노포 감성의 낭만적인 분위기 탓에 오랜 명맥을 이어오긴 했지만, 사실상 불법 무단 점유 및 무허가 건물 영업에 따른 위생·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업소가 서로 다닥다닥 붙은 채 연결된 건물 구조는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고기를 굽거나 가공하기 위해 LPG 가스, 숯불 등을 사용해야만 하는 업소 특성상 화재 발생 위험이 늘 잠재되어 있었다.
2022년 3월 19일 누전으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자 불길은 순식간에 번져 10개의 업소가 전소되고 1개 업소가 반소 되는 등 큰 피해를 남기게 됐다. 반면, 먹자골목 화재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정비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인지하게 됐다. 그간 화재 이전부터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불법 점유를 해결하기 위해 먹자골목 정비를 고심해 왔으나 생존권을 주장하는 업주들의 거센 반발로 추진에 어려움이 있어 왔던 터였다.
성동구는 마장동 먹자골목의 정비를 위해 가장 먼저, 점유자는 물론 인근 상인·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수차례에 걸친 주민 설명회와 상인 간담회를 통해 마장동 먹자골목 정비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와 설득을 이어갔다.
주변 상인과 주민들과는 달리 업주들의 거센 반발이 거듭되자 성동구는 저렴한 임차료로 이용 가능한 대체 상가 확보에 나섰다. 업주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다 새로운 영업장으로 이전하는 대가로 비싼 임차료를 지불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성동구는 축산물시장 인근을 물색한 끝에 도시재생 거점시설로 건립된 후 공실로 있던 서울시 소유의 ‘마장청계플랫폼525’ 건물을 주목했다. 서울시와 1년여간의 협의 끝에 도시재생 용도를 폐지, 성동구는 지난해 8월 시설 매입을 마쳤다.
건물 매입 직후에는 기존의 업무시설을 음식점 등 영업이 가능한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하여 ‘안심상가 마장청계점(마장먹자골목타운)’으로 재탄생시켰다.
더불어, 성동구는 먹자골목 업주들이 안심상가로 이전하도록 계속해서 설득을 이어 나갔다. 안정된 상권 포기, 이전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이전을 거부하던 점유자들도 오랜 설득 끝에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5개 업소는 이전 없이 영업을 포기했다.
2023년 11월 초를 시작으로 같은 달에만 12개 음식점이 안심상가로 이전을 완료했다. 2024년 2~3월 사이 9개소가 추가로 이전을 마쳤으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1개소가 5월 8일 안심상가로 최종 이전함에 따라 마장동 먹자골목 내 무허가 영업은 막을 내리게 됐다.
이로써 마장동 먹자골목 정비는 화재 당시 33개 업소가 자리한 대규모 불법 무단 점유 무허가 시설 집약지역을 행정대집행 등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정비한 전례 없는 모범적 사례로 남게 됐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마장동 먹자골목 정비 과정에서 협조해 주신 업주분들과 인근 상인, 주민들에게 감사하며, 마장동 먹자골목의 옛 명성을 성동안심상가 마장청계점에서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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