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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맛있고 힙하잖아요"…친구따라 '시장 맛집' 가는 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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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지친 젊은 세대
"옛 풍경 새로워" SNS 인기
식당·카페만 찾는 한계도

지난 8일 오전 10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평일 오전임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시장이 북적였다. 특히 앳돼 보이는 청년 손님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들 양손에는 호떡과 닭강정이 가득 담긴 컵이 들려 있었다.


대학생 강현준씨(23)는 “주변 20대 친구들도 전통시장을 찾고 있다”며 “요즘 빈티지나 레트로가 여행이나 옷 등에서 유행하는데 이런 유행이 먹거리 쪽에도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우진씨(21)도 “시장에 맛집이 많다고 해서 친구들이랑 광장시장도 가봤다”면서 “덜 유명할수록 가격도 더 저렴하고 옛 풍경을 구경하는 느낌도 흥미로워서 앞으로 다른 곳들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망원시장에서 과일 음료를 판매하는 이정은씨(27)는 “연예인들이 와서 음식 먹는 영상을 찍고 가는 일이 많다”며 “주말엔 손님 10명 중 8명이 20·30세대고, 외국인도 많이 찾아 마치 관광지 같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9일 오후 5시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꽈배기 가게 앞에서 청년들이 꽈배기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9일 오후 5시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꽈배기 가게 앞에서 청년들이 꽈배기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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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을 찾는 젊은 층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레트로 감성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이 이른바 '힙지로'(힙+을지로)에 이어 전통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카드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전통시장 카드 소비 데이터 분석’을 보면 지난해 시장을 방문한 회원 중 18%가 4년(2019~2022년)간 전통시장에 방문하지 않았던 회원들로 집계됐다. 특히 그 가운데 20대가 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많이 찾은 가게는 음식점과 커피·음료 판매점이었다.


남대문시장도 젊은 층들이 다시 찾고 있는 전통시장 중 한 곳이다. 점심시간 ‘칼국수 골목’, ‘갈치 골목’ 등 유명한 골목 곳곳은 손님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노년층, 중장년층 사이에 20대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김선은씨(28)는 “회사 동료들이 시장 액세서리가 저렴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판다고 소개해 찾아왔다”며 “확실히 요즘 외식 물가에 비해 저렴한 게 느껴져서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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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어 트랜드 분석에서도 ‘시장 맛집’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들쭉날쭉하던 수치는 2022년 상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현재는 2년 전과 비교해 검색어 트렌드 수치가 3~6배 정도 늘어났다.

젊은 층이 전통시장을 많이 방문하게 된 데는 고물가의 영향도 무시하기 힘들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2019년 99.4에서 2024년 4월 113.99로 크게 올랐다. 외식물가 상승률도 3.0%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인 2.9%보다 높다. 친구와 동묘시장을 구경하던 강민준씨(19)는 “요즘 밖에서 뭘 사 먹기가 꺼려질 정도로 비싼데, 시장에서 파는 음식들이 그래도 저렴해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며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소개하는 시장 맛집 위주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을 찾는 연령대가 한층 젊어지면서 활기가 돋고 있지만, 이들의 소비가 음식점이나 카페에 집중되고 있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남대문시장에서 40년간 정육점을 운영한 신모씨(65)는 “주말이면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호떡집 앞에 줄을 서서 먹는다”며 “시장에 와서 고기나 야채를 사는 건 아니고 간식거리만 먹고 구경하다가 가버린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한 20대 청년이 구제 옷을 고르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8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한 20대 청년이 구제 옷을 고르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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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에서 10년간 도라지를 판매한 김모씨(70)도 “젊은이들이 계속 와주니까 시장에 활기가 돌아서 좋지만, 음식점이나 카페만 들렀다 가는 것은 아쉽다”면서 “먹자골목으로 변하지 않고 시장의 고유한 성격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소를 잘 파악하면 많은 연령층이 꾸준히 시장을 방문할 것”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장 고유의 문화적인 요소들을 수요자 특성에 맞게 더 부각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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