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이 다카코 SBI경제연구소 대표
마사이 다카코 SBI경제연구소 대표가 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디플레이션의 수수께끼: 경기회복을 위한 전략’이란 주제로 기조연설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마사이 다카코 일본 SBI경제연구소 대표는 "일본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완전히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BOJ) 심의위원(금통위원)을 지낸 마사이 대표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일본 증시 부흥의 비결, 깨어나는 일본 경제’라는 주제로 열린 ‘제13회 아시아금융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다만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물가상승률 2%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5년, 10년을 생각해봤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1990년 디플레이션이 없었던 그 사회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라며 "디지털 전환(DX), 저출산 고령화 등 여러가지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경제를 시작으로 사회구조 등 전반적인 환경이 새롭게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플레이션 출구 보이는 일본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린 장기 디플레이션이 끝나가고 있다. 특히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는 계속 상승했고, 4만엔을 돌파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사이 대표는 이날 일본의 디플레이션 상황, 일본의 금융정책, 중장기적인 일본 과제 등에 대해 분석했다. 마사이 대표는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하지만, 일본 경제도 나름대로 성장을 꾸준히 해왔고 이후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이 디플레이션을 벗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마사이 대표는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가 보이고 있지만, 딱히 비결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논의하고 노력한 고군분투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마사이 대표는 일본이 그간 명목 임금, 물가 등이 답보상태였던 점을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20년 동안 숙박비, 이발비 등 재화 서비스 가격이 2배로 뛰었지만 일본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가가 안 오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30년 동안 실추된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이라고 밝혔다.
마사이 대표는 "디플레이션의 다양한 제약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결국 희생된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이라며 "하지만 국민의 임금을 억누르면서 확보한 성장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만족할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디플레이션 탈출은 장기적인 국민의 후생 복지를 생각했을 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5년 전인 1998년에 일반 물가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에 들어섰고, 디플레이션 악영향이 본격적으로 우려됐다"며 "땅값이 오르지 않고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됐지만 물건을 싸게 사는 등 생활밀착형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장기화가 됐고, 지금과 같은 경제 구조가 됐다"고 전했다.
마사이 대표는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의 악영향에 대해서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상태가 유지됐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에도 전년대비 10%의 물가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디플레이션이 느슨하게 진행됐고, 30년동안 이 상태가 고착화 됐다"며 "정책 측면에서 일본이 모색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금융 정책에 의한 경기자극책이 유일했다"고 밝혔다. 마사이 대표에 따르면 BOJ는 11년간 13번이나 경제대책을 실시했다.
마사이 다카코 SBI경제연구소 대표가 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디플레이션의 수수께끼: 경기회복을 위한 전략’이란 주제로 기조연설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마이너스 금리 시행…변화하는 기업
그는 10년간 이어진 일본의 제로 금리 정책을 언급하며 "지진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마사이 대표는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기업은 고용을 하지 않게 되고 임금이 올라가지 않고 결국 가계 소비나 주택 투자도 억제된다"며 "기업 수익 악화, 수요 침체, 자산 가격의 하락 등으로 대출도 결국 진행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등 일본은 악순환 속에서 허덕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2013년이 돼서야 정부와 BOJ가 '조인트 스테이트먼트(공동성명)'를 발표하고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했다.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시작했고, 이후 2014년~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게 됐다. 마사이 대표는 당시 금융권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많았지만 '유행어 대상'에 오를 정도로 사회적인 반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마사이 대표는 "그냥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냐는 비판도 있었고,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비판이 심했다"며 "양해를 얻기 위해 겸허한 자세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경제를 굴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해를 구한 끝에 꿈쩍도 하지 않던 물가가 에너지 가격 상승, 수입 등 여러 외부 압력으로 인해서 일본에도 물가 상승의 파도가 찾아오게 됐다"며 "가격을 거의 올린 적이 없는 일본 기업들도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사이 대표는 금융정책의 프레임을 바꿀 수 있던 배경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등을 비교했다. 그는 재화도 서비스도 거의 '0' 근처에서 변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에너지를 수입하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 재화의 가격도 영향을 받아 올라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큰 움직임이 없었다"며 "최근에는 BOJ의 정책 목표인 2%를 넘어서는 상황이 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이 두 번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검토할 때 큰 증거였다"고 덧붙였다.
마사이 대표는 "물가는 리스크 자산 매입을 포함해 어떻게든 탈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디플레이션에서 완전 탈출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금융정책은 단순히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랜 싸움을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사이 다카코 SBI경제연구소 대표가 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디플레이션의 수수께끼: 경기회복을 위한 전략’이란 주제로 기조연설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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