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민주당 8월보다는 빨리 할 것"
"尹, 저출산·환경·통일 담론에 관심 가져야"
"이번 비상대책위원회는 관리형이다, 쇄신형이다, 구별할 수가 없다. 전당대회 룰 개정도 당헌·당규 개정 절차에 따라서 요건과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이 8월에 전당대회를 연다. 그것보다 더 뒤처지진 않겠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타협을 중시하는 성품이면서도 심지가 강하고 실속도 챙기는 리더십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 8단)'이란 별명처럼 황 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상현 의원이 지금 싸우는데 홍 시장은 '네가 무슨 대표냐 빨리 물러나라' 하고, 윤 의원은 '왜 쇄신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느냐'고 매일 공격한다"면서도 특유의 미소를 띤 채 "싸우려 들면 일이 파탄 난다. 이쪽의 힘을 받아 저쪽으로, 저쪽의 힘을 받아 이쪽을 (방어)하면 된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황 위원장은 15대 때 신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19대까지 내리 5선 의원을 지냈다. 황 위원장은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부터 사무총장, 원내대표에 이어 19대 국회에서 2년 동안 첫 새누리당 대표를 역임하는 등 핵심 당직을 모두 거쳤다. 그에게 우선 비대위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지부터 물었다.
비대위 성격에 대해 관리형이냐, 쇄신형이냐 말이 많은 것 같다.
옛날에는 비대위가 관리형이었다. 당 대표가 궐위되면 원내대표가 대행하는 체제였다. 그러다 박근혜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서 당을 좀 쇄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당헌을 바꿨다. 대통령 출마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당 대표보다도 강력한 권한을 백지로 부여했다. 그 후에는 관리형 비대위원장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았다. 전당대회도 안 열고 지연이 될까 봐 임기는 1차 6개월로 정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초기에 해서 1년을 보장받았다. 나는 그럴 마음은 전혀 없다.
위기감이 큰 것 같다
총선에서 두 번이나 실패했다. 이번에는 겨우 개헌 저지선 정도를 확보했다. 국회 선진화법이 무력화 돼 버렸다. 여당으로서는 입법부로서의 위기를 통감하고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우리가 민심을 아직 헤아리지 못한 것 아니냐 (생각해야 한다). 국민이 제일 두려운 존재 아니겠나. 그 점에서 우리는 위기감을 느끼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원인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분석해서 할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온다.
6월 말 전당대회를 하려면 5월 20일에는 선대위 발족까지 마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전대 룰 관련해 의견이 있지 않나. 여러 의견을 검토하면 원내대표 선거 후 13일부터 가동한다고 해도 일주일 만에 맞춰지겠나. 이런 생각을 하니까 한두 주일은 지연이 되겠다 했더니 그럼 7월에 마치겠느냐고 묻는데 그렇게 자꾸 끊지 말아 달라고 했다. 민주당이 8월 초·중순에 전당대회를 연다. 우리가 그것보다는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데드라인이다. 격론이 벌어지고 시끄러우면 모르는 일이지만, 민주당보다 늦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대 룰 개정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논의하는가.
당연하다. 어느 쪽도 내가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신 당헌 당규 개정 절차에 따라서 요건과 절차를 잘 정리해 나가면 그걸로 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또박또박 해나가면 된다. 집행기관이라 충실하게 잘 성실하게 집행하겠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비대위원들하고 같이 잘 의논해 집행하겠다.
비대위원 인선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는 잘 안배하겠다 했는데, 지명직은 4명~6명이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논한 것이 있긴 하다. 새로운 원내대표가 오시면 윤 원내대표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새 대표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야 한다.
연일 보수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유일한 보수당의 정통성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까지 분열이 될 수 있다.
외연 확장을 포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 비난이 반드시 있다. 그런데 그전에 이재오 김문수를 우리가 영입할 때 보면 그들은 우리의 가치관에 동의해서 들어온 것이다. 그분들 들어오게 하려고 어렵고 좁은 길일지 몰라도 설득을 하는 힘든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것을 자꾸 부끄러운 듯이 한다.
보수의 가치는 자유를 가장 중시하는 것인가.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여의도연구원(국민의힘 싱크탱크)에 '매니페스토(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하나 만들면 어떻겠느냐 의견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우리의 강령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구체화해서 이것은 우리가 잘 지킨다, 이것에서 벗어나면 보수의 변질로 본다든지, 이런 기준이 하나 있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게 보수냐, 아니냐의 판단 기준도 될 수 있다. 보수정당도 위협을 느껴야 한다. 옛날과 다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민심이 흔들린다. 옛날같이 꾹 참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삽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가 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오른쪽)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취임 축하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대통령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외교와 국방 분야에서는 대통령이 불멸의 업적을 이뤘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부분은 저출산, 환경 문제 그리고 통일에 관한 담론 같은 것을 담아내야 한다. 많이 노력은 하시는데 앞으로 3년간 경제적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좀 내야 할 것 같다. '국민의 정부' 같은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기치를 내세울 필요도 있다.
어떤 목표를 갖고 비대위를 이끌 것인가.
하루를 하더라도 비대위원장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당무를 봐야 한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는데 비대위원들과 의논하면서 해나갈 생각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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