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가해자 오인 지목 논란 후 폐쇄돼
학교 폭력, 전세사기 등 범죄자 공개범위 넓혀
여친 살해 의대생 등 100여명 게시
디지털교도소 등장의 가장 큰 배경은 사법 불신
범죄 혐의자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가 다시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20년 9월 1기 운영자가 베트남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돼 폐쇄된 지 약 4년 만이다.
이 사이트에는 화성시 연인 살해범 김레아, 'N번방' 운영자 문형욱과 그의 공범 안승진 등 신상 공개가 확정된 이들에 대한 정보가 올라와 있다. 이뿐 아니라 강남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살해한 의대생 등 아직 혐의나 신상 공개가 확정되지 않은 일반인을 포함해 약 100명의 실명, 사진, 전화번호 등도 게시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운영자는 "지금이 디지털교도소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어 예전 자료들을 최대한 복구했다"며 "성범죄자, 살인자에 국한하지 않고 학교폭력, 전세 사기, 코인 사기 등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이 사이트에 수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사이트에는 화성시 연인 살해범 김레아, 'N번방' 운영자 문형욱과 그의 공범 안승진 등 신상 공개가 확정된 이들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강남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살해한 의대생 등 아직 혐의나 신상 공개가 확정되지 않은 일반인을 포함해 약 100명의 실명, 사진, 전화번호 등이 올라와 있다. [사진출처=디지털 교도소]
원본보기 아이콘디지털교도소 등장의 가장 큰 배경은 사법 불신이다. 운영자는 '솜방망이'를 범죄자로 지목하고는 "(솜방망이가) 인간 정신을 조종해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끌어냈다"고 풍자하며 중범죄에 대해 감형하거나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의 신상도 공개하고 있다. 다만 이런 '사적 제재'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2020년 디지털 교도소 1기 사이트에서 신상 공개됐던 한 대학생은 억울함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또 무고한 대학교수가 성착취범으로 몰려 고통을 호소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사이트는 1기 운영자의 구속 수감과 맞물려 폐쇄됐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은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수감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이트 또한 검증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범인으로 추정(확신)"한다거나 피의자가 사망해 수사가 종결된 사건에 대해 신상을 공개하고 있어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이 사이트에는 강남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살해한 의대생 등 아직 혐의나 신상 공개가 확정되지 않은 일반인을 포함해 약 100명의 실명, 사진, 전화번호 등도 게시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출처=디지털 교도소]
원본보기 아이콘특히 전문가들은 타인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은 합법적 행위가 아닌 만큼 사회가 허용하는 비판의 방법이나 수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출판물 혹은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을 저지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다시 등장한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진과 1기 운영자와의 관계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앞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1기 운영자 A씨는 2021년 12월 징역 4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2020년 10월부터 구속 수감된 점을 고려하면 이미 가석방으로 풀려났을 가능성도 있다.
재등장한 디지털 교도소에 누리꾼은 "현재 대한민국 법체계는 문제가 너무 많아 이런 (사이트가) 유일한 희망이다" "위험을 감수하며 사람들을 위해 정의의 길을 택해주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누군가 악의적으로 합성해 제보하면 어떡하나" "억울한 사람이 생길까 겁난다"는 등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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