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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워도 치워도 수북…도심 곳곳 담배꽁초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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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곳곳에 형성된 담배꽁초 무덤
무단투기 단속 건수 연평균 7만6393건

7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긴 연휴가 끝나고 시민들이 떠난 길거리는 고요했으나 골목길 사이사이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다 태워진 담배꽁초뿐만 아니라 담뱃갑과 쓰레기도 한데 뒤엉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구청에서 담배꽁초 무단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담배꽁초 수거함 앞에도 ‘담배꽁초 무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게다가 곳곳에 설치된 빗물받이 주위에도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철제망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다. 이미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찬 빗물받이들도 눈에 띄었다. 볼썽사나운 광경에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도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그런가 하면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꽁초들이 쌓여있는 장소가 흡연 부스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게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이들도 있었다.

7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한 골목길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뒤엉켜있다.[사진=심성아 기자]

7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한 골목길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뒤엉켜있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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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상 인구의 흡연율이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도심은 여전히 담배와의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지자체 등에서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보다 현실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담배꽁초 투기 단속 건수는 연평균 7만6393건으로 매년 7만 건 이상 적발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제38조의4)이 2020년 개정되면서 담배꽁초나 휴지 등을 버리는 자에게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담배꽁초 투기 단속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 시 도망가거나 신분 확인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에도 어려움이 있다. 김동엽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무단투기단속반 반장은 “자주 적발된 사람 중 일부는 단속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인터넷에 공유하기도 한다”며 “단속하던 중에 도망가면 잡으러 가기도 힘들고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자체나 민간단체에서는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줍는 캠페인(플로깅)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서울시 몇몇 구청에서도 자체적으로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나 플로깅, 흡연자 인식 개선 홍보, 무단투기 단속반 운영 등을 통해 힘쓰고 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휴대용 시가 랩 보급과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 등을 계획했지만, 예산 삭감으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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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받이 안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들도 문제다. 2020년 환경부의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빗물받이 내 담배꽁초 발생량은 서울 상업·위락시설의 경우 일평균 422~536개비, 주거지역은 평균 34~85개비가 발생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제거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빗물받이 1만6000여개가 있는 종로구의 경우 지난해 14억원을 들여 빗물받이를 청소했고, 올해도 6월까지 책정된 예산만 약 6억4600만원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방대한 양에 비해 청소 차량과 인력이 한정적”이라고 호소했다.


종로구에서 만난 한 환경미화원은 “청소 구역 범위가 넓어서 다 치우고 나면 2시간 정도 걸린다”면서 “2시간 뒤에 같은 자리에 돌아오면 또 담배꽁초가 쌓여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전 11시께 깨끗하게 치워진 자리에 2시간 뒤 와보니 담배꽁초가 또다시 널브러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석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아침저녁으로 치워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담배꽁초 무단 투기’ 하나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흡연 장소나 담배꽁초 수거함 등을 적절히 설치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국가 차원에서는 흡연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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