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일하고 퇴사한 직원에게도 제한
타사 취업에 8개월 급여 '3배' 위약금 청구
지난해 3월 핀둬둬에서 퇴사한 중국인 A씨는 회사로부터 위약금을 요구받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2022년 7월 대학을 졸업해 8개월간 근무한 뒤 회사를 그만둔 그에게 핀둬둬 측이 9개월간 동종업계에 취업해선 안 된다는 제한을 걸면서다. 회사는 제한 기간의 일부인 5개월 동안 총 1만4000위안의 지원금을 줬지만, A씨는 오랜 실업 상태를 버티지 못하고 제한 기간 내에 다른 인터넷 기업에 입사했다. 이를 확인한 핀둬둬는 A씨에게 26만위안의 위약금을 청구했다. A씨가 재직기간 동안 받은 급여(7만6000위안)의 3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전자 상거래 플랫폼 '테무'를 운영하는 중국 핀둬둬홀딩스가 말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쟁사 취업 제한을 적용, 고액의 위약금을 청구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현지 노동법에는 고위 관리 인력이나 기밀 유지가 필요한 인력으로 취업제한 대상이 규정돼 있지만, 핀둬둬는 직원 관리 목적으로 관련 제도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2일 경제 전문 매체 차이신의 주간지 '차이신주간'은 핀둬둬의 거의 모든 직원이 입사 시 '기밀 유지, 지적 재산 소유권 계약'에 서명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관행은 인터넷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바이트댄스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직원이 입사하면 관련 조항에 서명하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최근 핀둬둬 내에서 관련 분쟁이 잦아지면서 법조계까지 주목하는 상황이 됐다.
논란은 과연 누가 '취업제한'의 대상이 돼야하냐는 것이다. 중국의 노동계약법(제24조)은 취업제한 대상이 고위 관리자, 고급 기술 인력(양고·兩高)이거나 기타 비밀 유지 의무가 있는 인력(일밀·一密)으로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션젠펑 중앙재경대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연구센터장은 "취업제한 제도는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전제 조치이지만, 현재 관행적으로 본래의 취지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서 "오히려 직원들을 상대로 한 퇴직 제한 제도처럼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션 센터장은 "경쟁사로 인재가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저장컨딩 법률사무소의 쑨리 주임은 "'양고'에 대한 이직 제한은 일관성이 있지만, '일밀'의 정의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현재 법원은 근로자와 고용주의 계약을 우선시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근로자의 업무 내용이 기밀 사항인지, 영업 비밀을 포함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 퇴사한 전 핀둬둬 직원은 "회사에서 했던 업무는 모두 외부에 공개된 활동과 정보를 가지고 했던 일이었지만, 추후 퇴사하면서 취업제한을 요구받았고, 타사에 취업하면서 위약금을 내야 했다"고 말했다. 2021년 핀둬둬에 인턴으로 입사했다는 또 다른 직원은 "정규직 전환 시 취업제한 계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았다"면서 "서명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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