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70대까지 전과 수십범 잇달아
벌금형도 전과 포함되나 재범자들 증가추세
한해 5,6만명 교도소 들고 나가
재범자도 6,7천명…음주운전 재범은 절반육박
재범원인 많으나 술 때문으로 인한 문제 주목
서울 동부구치소 모습. 구치소는 구속영장을 받은 피의자나 피고인을 수용하는 수용소로서,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피의자) 또는 형사재판의 피고인을 구금하는 곳이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56살 남성 A씨는 지난해 10월 22일 벌건 대낮인 오후 3시 10분께 경북 봉화군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25%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경찰에 잡혔다. 조사를 해보니 A씨는 음주운전 전과만 무려 10회에 달했다. 1심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내렸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심에서 기각됐다. 54살 남성 B씨는 강도범죄 전력만 3회를 저질렀다. 2018년 징역 3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는 지난해 대낮에 이웃주민을 둔기로 때리고 손가락에서 금반지를 빼앗아 달아났다가 체포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폭행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교도소에 왔다갔다"는 험담을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판사는 "뉘우치는 빛이 미약하고,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으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했다.
60살 C씨는 지난달 대전지역 일대에서 문이 열려있는 화물차 2대를 훔쳐 몰고, 규모가 작은 가게에 침입해 현금 등 3600만원 어치 금품을 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폭행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앞선 절도 용의자와 동일인물인 것을 알아본 경찰에 의해 곧바로 구속됐다. C씨는 전과 41범이었다. 회삿돈 3억 빼돌린 30대 여성 경리가 알보고니 전과 18범, 스마트폰을 훔친 10대 청소년을 잡았는데 나이가 제일 만은 15살이 무려 전과 47범이었다.
전과자라는게 꼭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를 다녀온것은 아니다. 통상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은 벌금, 금고, 징역 집행유예 등 모두 전과자다. 일평생 교도소는커녕 판사, 검사, 경찰을 만나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재범자는 누굴까. 통상 전체 출소자(노역을 포함)의 재복역률은 6%에서 20%선으로 알려졌다. 10명 중 1,2명은 다시 온다는 것이다.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2008년에 강력범죄와 재산범죄의 총 사회적 비용을 추산해봤다. 무려 158조 7293억 원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977조 7865억원이니 범죄의 사회적 비용이 GDP의 약16.2%였다. 당시 우리나라 총인구가 4861만명이니 국민 1인당 약 326만5000 원을 범죄의 사회적 비용으로 부담한 것이다.
이른바 교도소는 매년 5,6만명이 들어가고 그 정도의 숫자가 나온다. 이들 중에는 교정시설 수형생활 중 범법행위를 반성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사회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그렇지 못해 사회복귀에 실패하거나 다시 재범으로 이어지는 출소자도 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023년 12월 16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소년수들이 교도소에 준비된 수능 시험장에 입실,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3년 12월에 발간한 ‘출소자의 성공적인 사회정착 지원방안 연구’에는 재복역률이 등장한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된 자가 출소 후 다시 범죄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위해 3년 이내에 다시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출소자 재복역현황을 보면 과거에는 한해 5,6천명이던 재복역자가 최근 6,7천명으로 증가했다. 2만명 이상의 출소자(노역종료를 제외한)를 기준으로 4,5명 명 중 1 명은 다시 감방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의 경우 한해 10만건이 넘게 적발되는데 재범률이 절반에 육박한다. 음주운전 2명 중 1명은 ‘두번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것이라는 말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교도소에 들어가 있으면서 "또 죄를 짓고 들어와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책감과 함께 가족, 지인,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의식, 재범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연구원이 46명의 재범 이상자를 대상으로 심층면접한 결과를 보면, 재범을 하게 된 원인은 생활고와 성격이나 기질, 무료함과 외로움, 낙인과 차별 등이 꼽혔다. 눈에 띄는 점이 바로 술이다. 출소를 앞둔 대다수 참여자에게 술은 의존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재범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일부 참여자는 과거 경험을 떠올리면서 술로 인해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하고 출소 이후 술로 인해 다시 발생할지도 모를 일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면 조절이 되지 않아요. 예전에 20대 때는 술을 마시면 헌팅, 나이트, 원나잇 등을 즐겼어요. 나이 먹으면 안 그래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하게 돼요. 옆 테이블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하고 (시비가)붙고 길거리에서 본 여자한테 추근대요"
"정신을 차리자. 그런데 2년 만에 또 내가 너무 술 때문에 내 인생이 너무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술 때문에 너무 내 인생이 술 때문에…"
재범에 대한 우려는 특히 마약사범에게 높았고, 음주운전 위반자에게도 나타났다.
" 제가 이제 다시는 음주를 안 하겠다고 생각하고 제가 잘못을 안 하는 경우는 괜찮겠지만 의지와 다르게 예를 들어 누군가와 교제를 하거나 이성 문제가 있거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어쨌든 이런누범이라는 이런 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항상 이제무섭게 계속되겠죠. 저의 잘못이 아닌 것도 저의 과거 때문에 제가피해를 보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영화 ‘쇼생크탈출’의 레드(모건 프리먼)는 어린 시절 사람을 죽여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가석방심사 때마다 자신이 교화됐고 새로운 사람이 됐다고 했지만 번번히 탈락한다. 40년을 복욕하던 그는 다시 가석방심사를 받는다. 심사위원이 교화됐냐고 묻자 레드는 이렇게 말한다.
"교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진짜 알고 싶은게 무엇인가. 죄를 뉘우쳤다고? 옛날의 나를 되돌아본다. 젊은 바보 녀석이 끔찍한 죄를 저지른다. 그놈과 말하고 싶다. 정신 차리라고. 지금 현실을 말해주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지. 그 젊은 녀석은 오래 전에 없어졌고 늙은 놈만 남아 있어." 레드는 가석방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명품백? 비트코인으로 샀어"…암호화폐 결제 받는...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