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발생시 소득 낮을수록 실질 소비 줄여
한국은행의 BOK경제연구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과일 가격은 1년 전보다 40.9% 급등했다. 특히 사과가 88.2% 상승해 전월(71%)보다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23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고객이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발생 시 소득이 낮은 구간에 있는 사람일수록 실질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은행의 BOK경제연구 제2024-4호에 실린 '개인 특성별 이질적 인플레이션율과 실질 소비 탄력성' 논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개인의 명목 소비와 실질 소비를 모두 감소시키는 효과를 냈다.
소득 구간별로 인플레이션이 실질 소비에 끼치는 영향은 크게 달랐다. 인플레이션은 연간 소득 6000만원 미만 구간에 있는 사람들의 실질 소비를 현저히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소득 3000만원 미만 계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실질 소비가 1.8배 이상 감소했다.
논문은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바탕으로 소득, 부채, 지역, 연령 등에 특성별 인플레이션을 추산하고 이를 통해 실질 소비 탄력성을 추정했는데 소득이 낮을수록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간 1억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 현상이 크지 않았다. 이들은 물가지수 상승에 따른 소비지출액의 상승을 견딜 수 있는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여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논문을 공동 작성한 유재인·민찬호 아주대 금융공학과 교수와 정호성 동덕여대 교수는 "소득이 낮을수록 가격 상승 시, 실질 소비를 탄력적으로 조절했다"며 "반면 고소득층은 물가 상승기 자산 기반 소득을 창출할 확률이 높고, 소득 기반 높은 신용 점수로 인해 대출이 유리하므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여력이 있기 때문에 실질 소비 감소가 적었다"고 밝혔다.
소득과 연령에 따라 개인들의 체감물가도 상이했다. 연간 소득 1억원 미만 개인 그룹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은 1억원 이상 그룹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소득이 낮을수록 가격 변동성이 높은 필수재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저연령층은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를 체감하고 있으나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평균 대비 높은 물가지수를 체감하는 확률이 높았다. 이는 고연령층이 주로 소비하는 업종이 의료서비스와 개인운송장비운영 등으로 보험료와 주유비 등에 상대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용대출 금리와 주택을 포함한 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은 전 구간에 있는 차주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억원 이상 대출 잔액을 보유한 가계는 1억원 미만 가계에 비해 실질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물가가 오를수록 고액 대출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 교수는 "국내 데이터를 사용해 개인 특성별 인플레이션을 추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질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변화가 실질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며 "이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변동에 따른 개인의 실질 소비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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