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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좀비기업 청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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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상장폐지 요건 완화
빠른 퇴출 위해 절차·기간 단축을

[초동시각]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좀비기업 청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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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Zombie)’란 살아있는 시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서인도 제도 아이티섬의 부두교 의식에서 유래됐다. 영화 등으로 많이 접하면서 좀비는 이제 매우 익숙한 대상이 됐고 근절하려고 해도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범죄 등 사회현상이나 존재는 하지만 아무런 영향력이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등을 빗대어 다양하게 쓰인다.


주식시장에도 좀비가 존재한다. 상장폐지 대상이지만 퇴출되지 않고 거래정지 상태로 연명하고 있는 기업을 가리킨다. 이들 좀비기업은 불공정거래를 통해 상장폐지를 회피하며 시장에 기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폐지 된 기업은 총 44개사로, 이들 중 37개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상장폐지를 회피하기 위해 가장납입, 회계분식 등의 부정한 수단을 이용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차명주식 고가 매도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과거에는 의견 거절이나 한정 등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경우 또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재무조건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했으나 2019년 개정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회계감사가 엄격해지면서 기업에 추가적인 자구기회 부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자 또다시 상장폐지 기준이 완화됐다. 재무요건 미달 즉시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했다.


과거 한국거래소는 ‘다산다사(多産多死)’로 불렸다. 상장해서 태어난 기업도 많지만 상장폐지 돼 퇴출된 기업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폐지 요건으로 인해 들어오는 기업은 많은데 나가는 기업은 현저히 줄면서 진입과 퇴출의 균형이 많이 무너진 상태다.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은 120건에 육박했지만 퇴출 기업은 40건 정도에 그쳤다.


좀비를 다루는 영화를 보면 하나의 좀비가 생겨나면 삽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늘어나 시스템을 마비시킨다. 좀비기업에 대한 해결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인데 퇴출이 되지 않는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결국 시장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인데 좀비기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정상기업의 자금 조달을 저해하고 결국 상장폐지 돼 투자자 피해를 확산시키고 주식시장의 신뢰를 해치기 때문이다. 2023년 사업연도까지 3년 이상 감사인 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사의 경우 거래소에서 이미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상태다. 상장을 유지하며 연명한다고 해도 이미 부실화한 경우 다시 회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혈관이라고 부른다. 경제의 혈액인 자금이 순환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면 각종 질병을 야기한다. 주식시장에도 부실한 기업들이 쌓이게 되면 결국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다. 금융당국은 시장건전성을 좀먹는 좀비기업의 빠른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절차를 줄이고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기대해 본다.





송화정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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