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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살자]⑤“365일 24시간 청소년 위기상담…절대 혼자가 아냐”[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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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어줄개 상담사 전영숙 팀장
연간 5만건 이상, 신학기 때 급증
과도한 경쟁 아이들을 집어 삼켜

청소년상담시스템 ‘다들어줄개’ 전영숙 팀장은 26일 “위기 상담은 365일 24시간 채팅을 통해 이뤄진다. 마치 병원의 응급실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새벽 시간대에 전문 상담 인력이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상담시스템 ‘다들어줄개’의 전영숙 팀장. [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청소년상담시스템 ‘다들어줄개’의 전영숙 팀장. [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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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팀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들어줄개는 선임상담사 6명, 재택상담사 25명, 자원봉사자 90여명 등 총 120여명으로 구성돼있다”며 “기본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청소년학과, 교육학과, 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등에서 공부하고 상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다들어줄개는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플러스친구 등을 통한 실시간 문자 상담을 제공하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전 팀장은 2006년부터 상담사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강의도 하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보고 느낀 것들이 많다. 친구들에게 꿈과 희망, 작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일을 해오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청소년 자살률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기존 상담시스템들이 실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의 다들어줄개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들어줄개는 연간 5만건 이상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전 팀장은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상담 건수가 32만5000건이 넘는다. 현재 월평균 약 4500건, 하루 평균 150건~200건의 연락이 온다”며 “요일별로는 주말에, 시간대로는 오후 7시부터 11시 때가 가장 많다”고 밝혔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4월, 9~10월 상담이 급증한다. 전 팀장은 “신학기 증후군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서 친구 관계, 학업 등에서 불안감이 높아진다”며 “지난달에 위기 신고건수만 17건, 이달 중순까지 20건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호소하는 문제는 대인관계, 가족 갈등, 학업·진로 순으로 많다. 전 팀장은 “대인관계는 동성 친구, 이성 친구, 부모님, 교사와 학생 등 여러 가지로 나눠진다”며 “중간·기말고사가 있을 때는 학업 스트레스로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가 들어오는 친구들이 많다. 이 시간대에 들어오는 것은 낮과는 다르기 때문에 심도 있는 상담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다들어줄개는 상담이 접수되면 위험수위를 주의, 유보, 긴급 세 가지로 분류한다. 전 팀장은 “자해·자살 상담건수만 한 달에 500건이 넘는다. 일반적으로 정서적 상담이 진행되면서 안정을 찾는 친구들이 많다”며 “긴급이라고 무조건 신고를 하진 않는다. 한 명의 선생님이 집중 상담을 하고 다른 선생님이 모니터링하면서 상황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고 이후 한 달에 3차에 걸쳐 사후관리를 한다. 내담자의 근황, 지역 경찰과의 연계, 문자 안부 등이 이뤄진다”며 “언제든지 힘들 때 다들어줄개에 오라고 하면 아이들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다시 와서 힘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청소년상담시스템 ‘다들어줄개’의 전영숙 팀장.[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청소년상담시스템 ‘다들어줄개’의 전영숙 팀장.[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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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어줄개를 찾는 이유는 ‘익명성’이 가장 크다. 전 팀장은 “학교에 상담시스템이 있지만, 부모님들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 두려워하고, 아이들도 안 가고 싶어 하고 숨긴다”며 “상담 내용은 ‘마음이 불안하다’, ‘죽을 것같이 힘들다’, ‘112나 119를 불러 달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은데 부모님이 원치 않는다’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정서·행동특성검사가 이뤄지면 그 결과에 앞서 부모님들이 우선순위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자신의 아이가 정말로 무엇을 고민하는지 물어보고 잘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팀장은 청소년 자살률 증가의 원인으로 사회적 문화를 꼽았다. 그는 “우리 사회는 남보다 앞서야 하고, 빠르게 달리고, 경쟁해야 하는 것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이러한 어른들의 정서가 아이들까지 집어삼키고 있다”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외면하게 만든다. 부정적 감정이 쌓이면 언젠가는 폭발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 팀장은 “아이들이 다들어줄개에 직접 들어오는 것도 용기이고, 정말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과 그 마음을 안다”며 “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었지만 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해서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 신뢰를 갖고 친구들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지금의 본인 모습 그대로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며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 가치 없는 존재는 없다는 것, 본인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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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siae.co.kr/list/project/2024042409282361691A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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