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산 제품 우대와 EU 입찰 참여 차별해 불이익 초래"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의료기기 분야 불공정 무역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중국 의료기기 분야를 상대로 EU 국제조달규정(International Procurement Instrument·이하 IPI)에 따른 직권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IPI는 제3국 교역 상대국 공공조달 시장에서 유럽 기업의 접근이 제한되는 등 차별적 입찰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다. 2022년 8월 IPI 규정이 발효된 이후 직권조사가 발동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집행위는 "중국이 의료기기 공공조달 시 구조적으로 자국산 제품을 우대하거나 EU의 입찰 참여를 차별해 심각한 불이익이 초래되고 있다"며 조사 이유를 밝혔다.
중국의 '국산 우선주의' 관행으로 인해 공공입찰 시 중국 기업과 EU 등 외국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 기업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현지화 전략을 잇달아 택하면서 기술 우위를 자랑하는 유럽 의료기기 기술과 일자리 유출이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집행위는 IPI 규정에 따라 직권조사 기간 중국 측과 차별적 관행 해소를 위한 협상을 벌이게 된다. 조사 기간은 9개월로, 필요시 1년2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 업체의 EU 의료기기 공공조달 사업 참여를 제한하거나 입찰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앞서 EU는 중국의 주요 청정기술 분야나 특정 업체를 상대로 제재가 가능한 직권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집행위는 중국에서 EU로 수입되는 전기차 전체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가 가능한 '반보조금 조사'를, 중국의 일부 태양광 패널과 풍력터빈 업체에 대해선 EU 회원국 공공입찰 참여에서 배제하기 위한 '역외보조금 규정' 조사를 각각 진행 중이다.
EU는 중국 제조업의 과잉생산과 저가 제품 수출 확대에 대해 꾸준히 불만을 표출해온 바 있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주 중국 방문 때 중국이 불공정 경쟁과 덤핑, 과잉 생산에 대한 우려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유럽은 더 많은 무역 방어막을 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은 이러한 조치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EU의 기업을 지키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시진핑 주석이 내달 초 EU 회원국인 프랑스, 헝가리 등을 방문할 예정인 만큼 각각 정상회담 시에도 이런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EU의 의료기기 조달시장 조사와 중국 보안업체 급습 등에 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최근 EU가 경제·무역 도구세트와 무역 구제 조치를 발동하는 것은 보호주의의 신호"라며 "겨냥한 것은 중국 기업이고, 훼손하는 것은 EU의 이미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시장을 일관되게 표방하지만, 밖에서는 유럽이 한발 한발 보호주의로 걸어가고 있는 게 보인다"며 "우리는 EU가 시장 개방 약속과 공평 경쟁 원칙,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준수하고 각종 핑계로 중국 기업을 탄압·제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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