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권 자판기' 신권 맞춰 교환해야
비용 900만원…점주들 부담 커져
일본 중앙은행이 올여름 새 지폐를 발행할 예정인 가운데, 라멘 음식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자 결제가 보편적이지 않은 일본에선 '식권 자판기'를 이용해 라멘 주문을 받는데, 신권을 발행하면 그동안 쓰던 자판기를 전부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TV아사히, 도쿄신문 등 현지 매체는 최근 자판기 교체 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 라멘집의 사정을 전했다. 일본 라멘 가게는 별도의 계산원을 두지 않고, 카드 등 전자 결제 수단도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신 이들은 식권 자판기로 주문을 접수한다. 손님이 지폐를 자판기에 넣고 원하는 메뉴 버튼을 누르면 주문서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일본은행이 올 7월부터 1000엔·5000엔·1만엔 등 지폐를 신권으로 교체할 예정이라는 데 있다. 기존 자판기는 신권 지폐와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라멘집들도 자판기를 전량 교체해야 한다. 교체 비용은 대략 100만엔(약 9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자판기 교체 비용 리스크'는 라멘집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이미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원자재 물가로 인해 라멘집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TV아사히가 접한 한 라멘집 사장은 재료비 부담을 감수하고 라면 한 그릇을 830엔(약 7335원)에 팔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라멘집 파산 건수는 지난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라멘 가게들이 물가 부담에 특히 더 취약한 이유는 뭘까. TV아사히가 만난 업체 사장은 "'900엔(약 8000원)의 벽'을 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900엔의 벽은 일본 라멘 업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암묵의 룰이다.
라멘의 이미지가 '서민 음식'으로 굳혀진 탓에, 900엔 넘는 가격을 받으면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소비자는 외면한다는 법칙이다. 이 때문에 물가가 급등해도 라멘 가게들은 쉽사리 가격을 올릴 수 없다.
매체와의 인터뷰에 응한 한 라멘집 점주는 "하루에 100그릇을 팔아도 (자판기 교체 비용인 100만원 마련까지)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일본 지방 정부들은 자판기를 교체하는 업체에 최대 30만엔(약 265만원)을 보조한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라멘집의 부담을 덜기엔 너무 적은 비용이라는 부담이 나온다. 점주는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부담해 달라"고 호소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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