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주택 인허가, 계획 대비 32%
"공사비 상승·고금리·주택시장 경색이 문제"
"서울 정비사업시 사업방식 이해 다 달라 공사 지연"
이르면 2년 뒤 서울에서 주택 공급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따른 용적률 상향 등 공급 규제 완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인허가·착공 등 공급 실적이 저조해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인허가 실적은 계획 대비 32.0%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비수도권 인허가 실적은 계획 물량 대비 99.3%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의 주택공급 실적은 2005년~2022년 연평균 실적 대비 인허가 37.7%, 착공 32.7%, 준공 42.1% 수준에 그쳤다. 김 연구위원은 "공급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하려 해도 여전히 공급 실적이 저조해 2~3년 뒤 공급 부족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수요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하기 어려워 주택 공급이 저조하다고 짚었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국제적으로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대출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었고,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높다"며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정부가 수요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 여전히 집값이 높다고도 봤다. 김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하락했다고 해도, 공사비 상승, 분양가 상승 등에 따라 집값이 여전히 높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 수요가 오르기 어려워 공급도 부진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서울의 주택 공급 부진에 대해 공사비 상승, 고금리, 시장 악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고금리로 금융비용이 상승하고,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시행사나 시공사는 공급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금리 상황에서는 주택 수요가 위축된다"며 "공사비 상승, 고금리, 시장 악화 등이 주택 사업 수익 감소로 이어져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은 정비사업에서 공사가 지연돼 공급이 줄어든다고 했다. 그간 정비사업은 조합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정비사업은 조합 방식뿐 아니라 신속통합기획, 신탁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분담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조합원 간 정비사업 방식에 대해 이해가 모두 다르다. 이처럼 사업 방식에 대해 이해가 다 달라 공사가 지연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단기적으로 지역 업체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 개선, 리츠를 활용한 사업 재구조화, 공공지원 민간임대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는 중견 시공사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주택 공급 사업을 할 때 사업성이 떨어지면 복합개발 방식으로 리츠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 공공에서 주도하는 사업에 민간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공사비 상승, 고금리, 시장 침체 등에 따라 민간 건설사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때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에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부동산 금융 종합 정보망을 구축해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부처 간에 모니터링하는 데이터를 연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지역 단위별, 사업장별로 모니터링이 이뤄지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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