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터널을 지나는 데 꼬박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지난 시간을 보내면서 어려움과 장애 요소에 부딪히는 일도 많았지만, 최종 성과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간 힘들었던 과정도 의미 깊습니다.”
뇌 주름 형상의 ‘금속-탄성체 나노 구조체’ 기술을 개발한 연구팀 구성원들의 소회다.
23일 한국연구재단은 이태일 가천대 교수·오진영 경희대 교수·최원진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원 박사·채수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고무와 금속을 속도론적 방법으로 금속-탄성체 나노 구조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로 고무처럼 늘어나면서, 금속만큼 전기가 자유롭게 통하는 첨단 바이오 신소재를 만들 수 있다. 흡사 뇌 주름처럼 소재의 표면적을 증가시킨 나노 구조로, 내구성 높은 신축성 전극 소재를 얻는 구조다.
공동연구팀이 연구 과정서 접근한 ‘속도론적 방법’은 기존에 금속 물질과 고무 등 탄성체가 서로 섞이지 않는 재료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속도론적 방법은 화학 반응에서 반응의 경로와 반응 속도 등을 탐구하는 영역을 의미한다. 열역학이 화학 반응에서 에너지의 변환과 흐름에 관련된 원리를 설명하는 것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공동연구팀은 고무 탄성체 기판 위에 금속 박막을 증착(밀착)하는 과정에서 고무와 금속의 증착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속도론적 방법)으로 화학 반응을 통제, 열역학적으로 섞이기 어려운 금속과 탄성체가 물질별 고유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 조밀하게 연결된 금속-탄성체 나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완성된 고무 탄성체 기판 표면에 형성된 금속-탄성체 나노상은 기판과 계면 사이의 기계적 불안정성을 유도해 증착된 이후 수 시간에 걸쳐 마치 뇌 주름과 같은 형태의 표면 주름이 형성되는 것도 관찰됐다.
이는 표면적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는 동시에 금속-탄성체 나노상 내부의 특이한 나노 구조로 기계·화학·열적 측면에서 기존 재료에서는 보기 어려운 정도의 높은 내구성을 갖췄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는 전자 피부, 웨어러블 로봇 등 착용형 전자기기 개발이 활발한 최근 상황에서 금속 물질과 고무 등 탄성체가 반발력에 의해 섞이지 않는 재료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착용형 전자기기의 경우 피부를 닮은 전자 피부, 촉각센서, 잘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가 필요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선 전기가 통하면서 유연한 소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주목받는다.
채수상 교수는 “공동연구팀의 연구성과가 기존에 신축성 전극이 가질 수 없던 내구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웨어러블 의료와 전자기기, VR 등 응용 분야의 전극 소재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신진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9일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전쟁 난 줄 알았다"…반값 사재기에 대형마트 '초...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