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도 나이 들면 자식들한테 의지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은퇴할 수 있으니 좋죠. 농사 짓는데 힘에 부치는데 이 좋은 땅을 아무한테나 팔고 싶지는 않고 그러다 공사에서 땅을 사가고 10년간 연금도 준다니 지금이 농사는 은퇴할 때구나 했습니다.”
해남군 박래안(71)씨가 연초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이 시행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부터 해남완도지사에 관련 사업을 문의한 이유다.
실제 그는 해남완도지사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 1호 가입자가 됐다. 5,800㎡를 공사에 팔고 추가로 10년 동안 약 30만원의 은퇴 직불금을 받기로 했다.
박래안씨는 도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2013년 은퇴 후 고향을 찾았다. 늦깎이 농부로 시작한 인생 2막은 농업 대학을 세 곳이나 다니며 농업과 농촌 지역에 대한 애정을 불태웠다. 친환경 농업과 치유 농업, 협동조합까지 소농이었지만 활동 범위만큼은 토박이 농업인 못지않았다.
그런 그에게도 육체적 부침이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농사를 쉽게 포기하지는 못했다. 비록 소규모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땅이었기에 허투루 팔아버리고 싶지 않아서 영농은퇴를 한참은 고민했다고 한다.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방식을 듣고는 그가 바라던 의미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해 단번에 은퇴를 실행할 수 있었다.
농업은퇴를 그렇게 기다린 이유가 농업의 어려운 환경 때문인지 조심스레 묻자 오히려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농사는 그만 짓더라도 농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인생 3막을 설계했죠”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살아보니 농사 짓는 것 말고도 필요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자산으로 농촌 고유의 삶의 방식이기도 한 상부상조로 농업농촌에 새로운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이다.
인생 3막이 시작된 지금 그에게 들은 소망은 담박하고 맑은 농촌과 닮아있었다. “청년이 농촌에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령이나 세대 관계 없이 농촌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이번 정책처럼 은퇴 후에도 농촌에서 보다 편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은퇴농을 위한 정책들이 앞으로도 계속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공사는‘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으로 매입한 농지를 청년 농업인에게 우선 제공해 은퇴농의 우량 농지에서 청년농이 농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은 기존 ‘경영이양직불제’를 가입연령과 지급기한을 연장하고 지급단가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확대 개편해 올해부터 시행됐다.
전남지역본부는 해당 사업으로 올해 24억 82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지금까지 55명이 계약을 완료한데 이어 가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조영호 전남지역본부장은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이 오랜 시간 농업에 헌신한 고령 농업인들에게는 여유있는 은퇴 생활을 보장하고 그 농지에서 청년농들은 농업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김육봉 기자 baek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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