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동인지발달센터 전정화 원장 인터뷰
후천성 장애 조기발견 치료, “세살 전 적기”
“발달장애 치료의 골든타임을 아시나요?”
대한민국은 현재 발달장애인 26만명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매년 신규로 등록되는 영유아 발달장애인이 2014년 1475명에서 2021년 3301명으로 10년 새 2배 이상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현재 영유아 발달장애인은 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장애인의 달을 맞아 발달장애인 복지 전문기관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부산아동인지상담센터 전정화 원장을 찾았다.
부산 연제구 부산아동인지상담센터는 2010년에 설립돼 언어·인지·미술치료와 특수체육, 조기교육, 주간활동 등 발달장애인 치료와 복지증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기관명 앞에 쓰인 ‘꿈땅(꿈이 자라나는 땅)’ 의미처럼 장애인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특수치료 분야에 선구자적 역할을 해 온 전정화 원장은 한때 독어독문학을 전공하며 인문학도를 꿈꿔 온 독일 유학파다. 독일 유학 중 만난 현지 장애인 특수교육 분야 지인을 통해 당시 한국에서는 생소한 특수교육 연구를 접했다.
특히 ‘타게스슈트르크투어(Tagesstruktur)’, 이른바 ‘일상생활 조직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장애인 개인별 평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독일의 선진화된 장애인 복지시스템을 체험했다. 한국 상황과는 사뭇 다르게 국가와 사회의 지원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독일의 발달장애인 모습은 전정화 원장에게 많은 자극을 줬다.
“유학을 마치고 장애인과 함께하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특수교육 분야 학과에 진학했어요. 평생을 꿈꿔 온 삶의 목표를 포기하고 낯선 땅에 들어간 느낌이었지요”.
당시 국내에 특수교육이 널리 보급되지 않아 전 원장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대학 공부를 마치고 부산의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현장실무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사회적 인식과 국가적 지원이 부족해 모든 상황이 열악했다.
전 원장은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저를 더 채찍질했어요.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노력으로 치료가 가능한 장애인마저 방치돼 있어 안타까웠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이런 현실에 그는 당당히 맞서기로 결심했다. 2010년 언어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 특수체육 등 다양한 장애유형에 따른 통합 교육과 치료를 위한 통합 사설 교육기관인 부산아동인지상담센터를 설립했다.
전 원장은 “발달장애인의 문제행동과 장애유형에 따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전문가의 노력과 함께 부모 등 가족들의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부산아동인지상담센터는 장애아동이나 취학 전 아동의 문제행동을 선별해 학습활동에 적응하도록 지도하는 ‘조기교육 프로그램’, 학년기 아동과 학생들의 언어·인지·음악·미술치료 및 특수체육을 위한 ‘치료교육 프로그램’, 발달장애인 ‘주간활동’과 ‘방과후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통합프로그램은 전정화 원장이 쌓아 온 오랜 현장경험과 노력의 결과가 녹아 있다. 전 원장은 “발달장애인 개인별 특성과 증세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치료와 활동이 필요하다”며, “생애주기별 적절한 치료와 활동은 장애인들이 사회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 센터는 정규기관을 마치고 오갈 데 없는 성인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주간활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취학 전 아동이나 학생들은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는 특수학교 등에서 생활할 수 있지만 성인들이 갈 곳은 마땅치 않다. 실제 전체 성인발달장애인의 25%가량만 전문기관을 이용한다는 통계도 있다.
전 원장은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이 집에서만 머물 경우 사회적 적응력을 잃어버리고 그동안의 치료가 퇴행하는 결과가 된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해서 전문기관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인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은 정부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운영된다. 각종 체험활동프로그램과 치료프로그램 등으로 구성해 장애인들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운영에는 현실적 문제도 상존한다.
전 원장은 “성인발달장애인들의 문제행동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폭력과 돌발행동 등 개인마다 정도가 다르기에 치료와 보호 방법이 각기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원금 규정이 다소 경직돼 개인 특성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전한다.
이어 “발달장애인들을 바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차가운 게 현실이고 외부 체험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며 융통성 있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기관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많은 전문가는 아이들이 3세가 되기 전 뇌의 발달이 멈추기 전 발달장애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 원장은 조기에 발견된 발달장애 증세는 선천적 장애를 제외하고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힘줬다.
전 원장은 “영유아기부터 부모의 많은 관심을 받고 애착 관계가 형성돼야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게 되는데 TV나 휴대폰, 컴퓨터게임 등 집에서만 놀게 하면 조금씩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이 시기를 방치하면 후천적으로 조금씩 자폐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런 자폐 성향의 가장 두드러진 예가 언어입니다. 언어 습득이나 표현이 느린 아이들도 간혹 있지만 자폐나 언어발달 지체로 오는 현상일 수 있어 눈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불러도 반응이 없을 때는 즉각 전문기관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전정화 원장은 아직 내 아이가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더 체감하게 된다고 한다. 부모의 관심과 애착, 아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따뜻한 눈길과 교감이 후천적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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