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임기만료 앞두고 19일 이임식
"이임사를 고민하다 챗지피티(GPT)를 써봤는데 원하는 것의 10%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역시 금통위원 자리는 AI(인공지능)로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지적 능력이 필요한 자리임을 깨달았습니다."(서영경 금통위원)
19일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오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진행된 이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서 위원과 조윤제 금통위원은 서울 중구 한은 별관 다목적 컨퍼런스홀에서 이임식을 갖고 공식 임기를 마쳤다. 조 위원은 현장에서 "그간 쓴소리, 잔소리를 많이 드려 죄송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최선을 다해 자료를 준비하고, 궁금해하는 사안을 인내심을 갖고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두 위원의 이임사에 앞서 총재의 인사말을 대독한 장용성 금통위원은 "'오늘 또 조 위원님이 어떤 질문을 하실까' 궁금해하며 회의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며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원로가 많지 않은데, 앞으로도 강직하고 대쪽 같은 선비의 모습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서 위원님은 유리 벽과 편견을 뛰어 넘어 많은 후배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며 "지금까지 해오신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서 위원은 이임사를 통해 "지난 4년간의 임기 전반은 전대미문의 팬데믹 위기에 대응한 기간이었고 임기 후반은 몇십 년 만에 돌아온 인플레이션과 씨름한 시간이었다"며 "팬데믹이 잦아들 무렵 찾아온 인플레이션은 한국은행에 오래 근무한 저로서도 처음 겪어보는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한국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내외 경제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 통화정책에 어려움이 크리라 예상한다"며 "어려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보다, 오래된 아이디어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는 케인스의 말처럼 과거의 레거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계속한다면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지난 16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차담회 모두발언으로 이임사를 대신했다. 조 위원은 모두발언에서 "돌아보면 지난 4년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역병으로 인한 팬데믹 위기, 30년 만에 맞게 된 세계적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중앙은행으로서는 시험과 도전의 시기였다"며 "팬데믹으로 인한 초완화적 통화정책과 각종 유동성, 자금 지원 과정에서도 중앙은행의 관점에서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대응해야 할 것은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목표로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책 수단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에 비해 제한된 편"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대출제도, 포워드가이던스 등이 이 과정에서 어떤 파급경로를 통해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지에 대해 분석과 연구 결과를 축적해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위원은 오는 20일 금통위원에서 퇴임한다. 차기 금통위원으로는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김종화 부산국제금융원장이 추천됐다. 이 교수는 1975년생으로, 유일한 여성 금통위원인 서영경 위원의 후임으로 온다. 김 원장은 1959년생으로 조윤제 위원의 후임으로 온다. 그는 김중수 전 총재 시절 부총재보를 역임했고 한은에서 나온 뒤 금융결제원장으로 재직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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