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과정 공개적으로 알리는 '큇잡' 유행
사직서 제출 순간부터 실시간 방송
다만 기업 입장선 부정적
최근 해외에서 '큇잡(Quit Job)'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직장인들이 조용히 관두는 것을 거부하고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퇴사 과정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상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는 순간 등을 영상으로 담아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회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기업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 그만둘래요"…'큇잡' 영상 틱톡서 유행
'요란한 퇴사', '시끄러운 퇴사'로 불리는 '큇잡' 트렌드는 2020년 말 시작됐다. 특히 2021년 7월 영국 맥도날드 직원들이 교대 근무 중 상사에게 "일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실시간 영상이 화제 되면서 더욱 유행했다. 이처럼 미국 Z세대는 퇴사 의사를 상사에게 밝히는 모습을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주면서 응원의 댓글을 받거나, 해고당하는 과정을 공유하면서 회사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기도 한다.
'큇잡' 영상 중 가장 주목받은 영상은 호주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크리스티나 줌보의 사례다. 그는 2022년 9월 사직서 제출 과정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렸다. 이 영상에는 5만3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줌보는 "많은 사람이 직장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에 대해 공감해줄 줄 몰랐다"고 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확고했던 과거 퇴사를 죄스럽게 여기며 조용히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젊은층은 회사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영상을 올리고,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이들로부터 위로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유행이 점차 굳어져 '큇잡' 트렌드로 발전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전 세계 160여개국 직장인 12만24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약 18%는 '요란한 퇴사자', 59%는 '조용한 퇴사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韓서도 '퇴사 브이로그' 인기 ↑
'요란한 퇴사'는 해외에서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국내 유튜브에서도 퇴사 과정을 주제로 삼은 '퇴사 브이로그'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영상에는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과정, 퇴사 후 계획 등을 설명해주는 내용을 담겨 있다.
퇴사 콘텐츠의 인기는 최근 국내 젊은 퇴사자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연간 신규입사자 중 평균 16.1%가 1년 내 퇴사하며, 퇴사자 중에는 신입(신입 57.2%, 경력직 42.8%)의 비중이 다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된 퇴사 사유로는 신입(68.6%)과 경력직(56.2%) 모두 '더 좋은 근로조건으로 취업(신입 68.6%, 경력 56.2%)'을 꼽았다. 다만 신입의 경우 41.0%가 '업무가 흥미·적성과 달라 이직한다'고 답했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더라도 근무 환경 등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퇴사하는 젊은층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요란한 퇴사'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 기업은 회사 대외적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큇잡'을 금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하이어클릭스의 창업자 닐 코스타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퇴사 영상들은 안 볼 수가 없는 충격적인 내용이 많아 바이러스처럼 번진다"고 했다. 이어 "이제껏 열심히 일해왔다면 동료와 상사는 다시 당신과 함께 일하길 원할 수 있다. 그러나 '큇잡'에 참여할 경우, 미래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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