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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아이언맨의 심장, 현실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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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도 뛰어든 핵융합 상용화 본격화
국내첫 핵융합 관련 기업 인애이블퓨전 활동 본격화
美英日 등 민간차원 핵융합 발전 임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카이스트(KAIST) 총장이 최근 한 국내 스타트업의 연구개발(R&D) 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도 함께 자리했다. 아직 매출도 없는 기업의 행사에 과학 분야를 담당하는 정부 고위 관료와 과학계를 대표하는 카이스트 총장이 참석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어떤 기업이길래 이들의 관심을 끈 것일까. 주인공은 국내 최초 핵융합 스타트업인 인애이블퓨전이다. 인애이블퓨전이라는 기업만이 아닌 핵융합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성큼 다가온 핵융합 발전 상용화에 대한 국제적인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관이 아닌 민간 주도의 새로운 생태계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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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과 핵분열은 모두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원리는 전혀 다르다. 핵분열이 우라늄의 원자가 핵분열하는 과정에서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된다면, 핵융합은 원자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핵융합은 인공으로 태양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낸다. 태양의 빛과 열에너지는 태양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으로 만들어진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만든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가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만들기 위해서는 태양과 같은 초고온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KSTAR는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을 통해 핵융합에너지를 만든다. 여기에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태양과 같은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도 필요하다.


그야말로 악조건이다. 과연 실현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태양 중심부의 온도는 약 1500만도지만 지구에서 핵융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이 정도 고온을 견딜 핵융합로도 만들어야 한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운영중인 KSTAR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운영중인 K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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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도 인애이블 퓨전 R&D 센터 개소식 축사를 하며 "핵융합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할까 생각했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관이 아니라 민간 우주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린 것처럼 핵융합 연구 분야도 민간이 속속 참여하며 붐업되고 있다. 이 차관도 "정부도 민간참여로 (핵융합) 생태계 활성화를 돕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외에 민간의 참여로 관도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선진국 정부는 물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관련 인사들도 핵융합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오염물질이 없는 친환경 ‘꿈의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정부와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피터 틸 등이 일찌감치 핵융합에 선투자했다.


우리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KSTAR을 설치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건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경수 인애이블퓨전 창업자

이경수 인애이블퓨전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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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가가 책임지던 핵융합 연구의 공은 민간으로 넘어오고 있다. 민간의 참여는 상용화를 전제로 한다. 민간의 참여 속에 핵융합 상용화 시기도 당겨지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관계자도 "민간 최초의 핵융합 스타트업이 등장하면 전체 생태계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핵융합 스타트업인 인애이블퓨전은 한국이 개발한 KSTAR과 ITER의 핵융합실험로 건립을 진두지휘한 이경수 대표(전 핵융합연구소장·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와 최두환 전 포스코ICT 대표(전 KT종합기술원 원장)가 설립한 핵융합기술 스타트업이다.


이경수 대표는 "관 주도의 연구로는 핵융합 상용화를 할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능력을 가진 한국의 기술력을 묶어 핵융합의 ‘파운드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핵융합 관련 부품이나 시스템을 해외에 공급하고 추후에는 직접적인 핵융합 발전에까지 나선다는 목표다. 인애이블퓨전은 이미 연구를 위한 초기 투자금을 확보했지만 일본 미쓰이 상사도 투자 의사를 전해왔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샘 올트먼이 왜 핵융합 에너지에 투자하겠는가. AI를 통한 대규모 전력 소비 시대의 도래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향후 소형모듈 원자로(SMR)도 일부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핵융합발전과 재생에너지가 인류를 구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AI의 발전은 상당한 전력 소모를 부른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면서 AI 혁명이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에 달렸다는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각국에서도 민간 차원의 핵융합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핵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2018년 5개, 2019년 7개였던 핵융합 스타트업이 2022년 40여개, 2024년 50여개로 불어났다.


해외에서는 핵융합 상용화도 멀지 않았다는 예고가 이어진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다. 헬리온에너지는 당장 4년 후인 2028년 핵융합을 통한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챗GPT를 탄생시킨 오픈AI의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이 투자한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력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청색 레이저 다이오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박사가 설립한 블루레이저 퓨전(BLF)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이토추 상사가 투자를 단행했다. 이 투자는 상사가 핵융합에 투자한 사례로 이목을 끌었다. BLF는 강력한 레이저 광선을 활용해 핵융합 반응을 점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영국도 노팅엄셔 지역에 2040년대 가동을 목표로 핵융합발전소 프로젝트(STEP)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핵융합의 진정한 의미의 상용화는 2040년 정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전에는 상업성을 답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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