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손뻗는 빅테크들
양국 대학 파트너십 맺고
AI 인력양성에 대거 투자
인공지능(AI) 기술에서 미국과 일본이 밀착하고 있다.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 협정’을 토대로 AI 등 혁신기술 협력을 강화하면서 이른바 ‘AI 동맹’을 맺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최근 일본 도쿄에 첫 아시아 사무소를 연 데 이어 일본 대학들의 미국 기업 투자 유치도 가시화되고 있다.
日 대학에 투자하는 美 기업들
17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아마존은 미 워싱턴대학교와 일본 쓰쿠바대학교의 연구자금을 지원하는 데 각각 25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첨단 기술 개발에 손을 맞잡기로 하고, 양국 기업이 AI 연구에 총 1억1000만달러의 자금을 출자하기로 한 바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투자는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문부과학성과 미국 국무부는 교육 분야에서의 협력 각서를 체결하고, 반도체 분야와 양자 분야에서 인재를 육성하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분야에선 미·일 11개 대학이 향후 5년간 총 6000만달러 이상을 투입해 첨단 교육 커리큘럼을 진행하기로 약속했고, 양자 분야에선 미국 IBM이 시카고대학과 도쿄대학에 10년간 합계 1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오픈AI는 왜 일본을 택했나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사업 추진을 위한 첫 번째 아시아 사무소를 일본에 설립했다. 올트먼 CEO는 그러한 결정의 배경으로 "일본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 서비스 문화, 혁신을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픈AI는 일본어에 특화된 챗GPT4 모델을 개발했다. 이는 일본어 텍스트와 번역 기능이 향상됐으며 기존 대비 3배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일본은 이미 공공 업무에 챗GPT를 적용했다.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공무원들은 지난 1년 동안 공공 서비스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를 사용했고, 직원의 80%가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요코스카시는 도쿄도청과 고베시를 비롯해 21개 지방정부와 챗GPT 사용 사례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라쿠텐, 도요타 등 현지 기업들도 데이터 분석, 내부 보고, 업무 자동화 등에서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농촌 인구 감소와 기업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AI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고, 올트먼 CEO도 이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오픈AI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AI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에 2년간 29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MS의 일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AI로 생산성 향상? 한국은 10위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도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려고 시도했으나 지난해 6월 국가정보원이 ‘생성형 AI 활용 보안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가이드라인에는 △비공개·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 입력 금지 △생성물 활용 시 지식재산권(IP) 등 법률 침해 여부 확인 △생성물에 대한 정확성·윤리성·적합성 재검증 등 까다로운 보안 수칙이 담겨 있다. 또한 AI 모델을 기관 내부망에 구축하려면 인터넷 등 외부망과 분리된 상태로 운영해야 한다.
보안에 신경 쓰는 사이 한국은 정부가 목표로 세운 AI 3대 강국 반열에서 멀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가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AI 기술 접목으로 생산성 향상이 기대되는 국가 1위는 홍콩, 2위 이스라엘, 3위는 일본이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 칠레보다 순위가 낮았다.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는 "디지털 주권 확보를 위해 국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포기해선 안 되지만, 빅테크들이 글로벌 AI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로봇·우주산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키는 고민과 함께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인력 양성, 재원 투입 등의 전략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70만원대…'1만 시간' 연구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