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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립24시]"소문날까봐 말도 못 해"…직장인 절반, 회사 다니고 고립감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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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4 고립 인식조사
②아시아경제-블라인드 설문조사
직장인 56% "회사 다니고 고립감 심해져"
고립감 이유 1위 '속마음 털어놓을 사람 없어'
말하고 싶어도 동료엔 말하지 않아…"와전 위험"
20·30·40대 이상 모두 인간관계 고민 커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는 직장인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직장 생활 이후 더 큰 고립감을 느끼는 직장인이 2명 중 1명꼴인 것으로 아시아경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감정적으로 외로울 뿐 아니라 스스로 사회·심리적으로 고립됐다고 느끼는 직장인이 10명 중 8명에 달한다.


[청년고립24시]"소문날까봐 말도 못 해"…직장인 절반, 회사 다니고 고립감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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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날까 봐" 속마음 털어놓기 힘든 직장인

아시아경제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와 지난 3월 26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진행한 남녀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94명(응답 완료자 기준) 중 절반 이상인 56%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고립감이 심해졌다고 답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고립감이 줄었다는 응답은 13%로, 심해졌다는 응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31%는 직장을 다니기 전과 후 느끼는 고립감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직장 생활이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 결과다. 세대별로 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직장 생활 시작 이후 고립감이 심해졌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55%와 58%로 40대 이상(54%)보다 소폭 높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고립감이 심해진 이유로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답변이 29%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만 19~29세)가 27%, 30대(만 30~40세) 28%, 40대 이상(만 41세 이상) 37% 등으로 나이가 들수록 회사 안에서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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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대 청년들이 겪는 관계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모습"이라면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심해지는 것은 고립의 경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직장에서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7명이나 됐다. 하지만 응답자 전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직장 내 상대가 누구냐고 묻자 54%가 '직장 동료에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부서 동료'(27%), '타 부서 동료'(14%)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직장 문제로 갑작스럽게 연고 없는 지역에서 생활하며 고립감을 느낀 강민혁씨(가명)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직장 동료들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소문이 나거나 이야기가 와전될 위험이 있어 하지 않는다"고 토로한 바 있다. 직장에서 힘들거나 답답한 일이 생겨 어딘가에 말하고 싶어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내비칠 믿을 만한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직장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서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거나 원치 않는 업무를 해야 할 때'라고 한 응답자가 28%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동료들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느낄 때(22%), 회사에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14%), 업무 관련 조언을 구하거나 고민 상담할 상대가 없을 때(13%) 순이었다. 일부 응답자는 부당한 업무 지시나 업무를 혼자 해야 한다는 부담감 등에 고립감을 느낀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직장인 10명 중 8명 "나는 고립"…인간관계 어려움 호소

직장인이 하루에 8시간 이상 회사에서 생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황은 일상생활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설문조사에서 '현재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냐'는 질문에 응답자 2명 중 1명꼴로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본인이 사회·심리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냐는 이어진 질문에도 '전혀 느끼지 않는다'·'잘 모르겠다'를 제외한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감정적으로 외롭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이 고립됐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10명 중 8명이나 된다는 의미다.


'28세 고립 청년' 한동희씨는 직장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고립 상태로 빠져들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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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에서 '독립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는 의미로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21%나 됐다. 응답자 5명 중 1명은 자존감과 자기효능감 등이 떨어진 상태로 보인다. 김 부연구위원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청년들"이라면서 "누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등을 파악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대와 30대, 40대 이상 응답자 모두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고립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29%)라고 봤다. 다만 20대의 경우 이외에 '연애 문제'(27%)를, 30대와 40대 이상은 '취직, 이직 등 커리어 관련 문제'(22%, 15%)를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립의 배경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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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고립됐다고 느낄 때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20대의 경우 '가족이나 지인과 소통을 통해 해결한다'는 응답률이 24%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각각 30%나 됐다. 40대 이상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35%, 가족이나 지인과 소통하겠다는 응답률이 29%로 2위를 차지했다.


서울 강남구에 1인 가구로 거주 중인 10년 차 직장인 30대 송민기씨(가명)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람과 대화가 하고 싶어서 (지역 생활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 올라온 글을 보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삼겹살 먹는 모임에 가본 적 있다. 하지만 크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있고 난 뒤로는 이제 혼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곤 한다. 조금이라도 에너지가 있을 땐 산책이나 등산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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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siae.co.kr/list/project/202405031429005132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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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퇴근 후 혼자 끼니를 때울 때,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수백개지만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을 때, 아프거나 돈이 없는데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때... 아시아경제가 만난 20·30대 청년들은 이럴 때 고립감을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혹시 당신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단어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고립·은둔을 다시 제대로 바라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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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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