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계는 고립 문제 어떻게 풀고 있나
③WHO 크리스토퍼 믹톤 박사 인터뷰
WHO, 작년 11월 '사회적 연결 위원회' 출범
사회적 연결 글로벌 지수 만들 계획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위기로 가장 바빴던 국제기구는 단연 세계보건기구(WHO)였다. 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3년 3개월 만인 지난해 5월 비상사태를 해제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불과 6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WHO는 또 다른 긴급한 건강 위협이 발생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연결 위원회(Commission on Social Connection)'를 만들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가 악화해 한 국가를 넘어 국제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WHO는 이 위원회를 통해 각국 정부가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는 사회적 연결 글로벌 지수(Global index on social connection)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외로움, 사회적 고립을 막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가이드라인도 만들 예정이다.
WHO가 나선 이유는 분명했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노인 4명 중 1명이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도 5~15%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과거엔 고립과 외로움을 고소득 국가의 노인들만 느낀다고 인식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 모든 연령대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가 됐다고 WHO는 진단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충분한 사회적 연결이 없는 사람은 뇌졸중, 불안, 치매, 우울증, 자살 등의 위험이 더욱 높다"고 우려했다.
미국, 짐바브웨, 일본, 스웨덴, 칠레 등 세계 각 지역의 주요 정책 입안자 등 10여명이 모인 이 위원회는 3년간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한다.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 미국 공중보건 수장인 비벡 머시 의무 총감과 치도 음펨바 아프리카연합(AU) 청년 특사가 공동 의장으로 위원회를 이끈다. 사회적 연결 상태를 국가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지수(index)를 만드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본지는 WHO에서 사회적 연결 위원회를 담당하는 크리스토퍼 믹톤 기술 책임자(박사)에게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관해 물었다.
- WHO가 '사회적 연결 위원회'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 최근 몇 년간 영국, 일본, 미국, 독일 등 주로 고소득 국가에서 이 이슈가 공중 보건과 공공 정책의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 또한 이유 중 하나다. 동시에 사회적 관계의 부족이 사망률과 신체·정신 건강에 얼마나 타격을 주는지를 설명하는 과학적 근거가 쏟아져 나왔다. 급격한 기술적인 변화, 특히 소셜 미디어가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충격이 세계의 걱정거리가 됐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협력적인 전 세계적 차원의 대응이 없는 상황인 만큼 WHO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사회적 관계 위원회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 위원회명에 들어간 '사회적 연결'이라는 단어에 관해 설명해달라. WHO가 보는 사회적 연결이란 무엇인가.
▲광범위하게 보면 다른 사람과 가깝다고 느끼거나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개인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에 대해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첫 번째는 한 개인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이나 그가 맺는 사회적 교류의 규모를 의미하는 구조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사회적 연결이 제공하는 실용적이고 정서적이며 정보적인 지원을 의미하는 기능적인 관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관계의 질 측면도 고려해볼 수 있다.
- 지난해 12월 위원회 첫 회의가 진행됐다.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
▲ 위원들이 위원회의 비전과 설립 목적에 대해 동의하는 자리였다. 위원회의 비전은 세계인 모두가 자신의 건강과 웰빙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사회적 연결을 갖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사회적 연결을 가시화하고 정책적 우선순위에 올리는 데 역할을 하려 한다. 또 이 이슈(외로움과 사회적 고립)를 전 세계와 전 연령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짜 글로벌 공중 보건 문제로 입지를 구축하고, 비용 효율이 높은 해결책을 늘려나가기 위해 지원하려 한다.
또 위원회가 진행하려는 우선순위에 대해 동의를 얻었다. 내년에 첫 보고서를 내놓는 것을 포함해 정치적 의지와 대중의 인식을 끌어내고 이와 관련한 연합을 형성하며 자원을 끌어모으려 한다. 동시에 사회적 연결을 확대하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활동을 확대하면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줄여나가기 위해 조치를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과 '외로움(loneliness)'이 차이가 있나?
▲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으로 단절돼 있거나 사회적 연결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사회적 연결의 양이 부족한 객관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비교적 쉽게 계산이 가능하다. 다만 여기서 '부족한(insufficient)' 상태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외로움은 (사회적 고립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연결이 끊긴 한 형태다. 대신 '사회적 고통(social pain)'이라고도 불리는 부정적인 경험을 의미하는 주관적인 상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외로움은) 양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본인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연결과 실제 본인의 사회적 관계 사이에서 차이가 있어 발생한다.
- 아직 전 세계적으로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을 측정, 비교할 수 있는 지수가 없다.
▲ WHO가 앞으로 3년 이내에 각국이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고 사회를 공고히 만들 수 있도록 몇 가지 규범을 만들려고 한다. '사회적 연결 글로벌 지수(Global index on social connection)'와 외로움, 사회적 고립을 막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글로벌 지수가 있으면 전 세계, 전 연령대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규모를 비교 가능한 정보로 만들 수 있고, 이를 활용해 한발씩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WHO 사회적 연결 위원회에서 청년층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에 대해 들여다볼 계획인가?
▲ 위원회는 청년층과 노년층 등 모두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생애 전반에 걸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치도 음펨바 공동 의장이 아프리카연합의 청소년 특사로 활동하고 있다. WHO는 현재 청년과 사회적 연결, 외로움, 사회적 고립감에 대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발표될 위원회 보고서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서 청년과 관련한 모든 핵심 이슈를 강조할 것이다.
- 사회적 연결을 만들어 내기 위해 WHO는 어떤 노력을 기울일 예정인가?
▲ 전 세계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대중의 인식을 끌어모으고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일 계획이다. 또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운동 부족, 비만, 대기오염처럼 잘 알려진 다른 건강 문제만큼이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 이슈가 사망률이나 질병 감염률 측면에서 심각한 만큼 세계적으로 긴급하게 다뤄야 할 공중 보건 이슈로 구성하려 한다.
또 비용 효율적인 해결책을 파악하고 가능한 자원을 동원해 세계의 저·중·고소득 국가에 확대해 나가려 한다. 여기에는 차별이나 소외를 해결하는 법이나 정책과 같은 사회적 수준의 광범위한 개입, 대중교통이나 건설 환경과 같은 기반 시설 측면을 개선하는 지역사회 수준의 개입,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키는 인지 행동 치료와 같은 개인·관계 차원의 개입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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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siae.co.kr/list/project/202405031429005132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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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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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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