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 고작 0.1%
치매돌봄 비극 막아야
지난 6일 서울 강동구에서 치매를 앓던 90대 노모와 어머니를 돌보던 6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올 1월 대구에서는 치매에 걸린 80대 아버지를 10년 넘게 돌보던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해 9월에는 수원에서 80대 남편이 치매를 앓던 70대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모두 치매 환자의 간병을 가족이 떠안았다가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진 비극이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나머지 식구는 하루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게 되면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의 70.2%(중복 응답)가 동거 가족의 돌봄을 받고 있다. 이렇게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휴가는커녕 잠깐의 휴식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간병이 길어지면서 보호자가 우울증 등 정서 장애를 겪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치매 돌봄을 개인과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 치매에서 비롯된 비극을 되풀이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 관리는 최저 생존을 위한 사회보장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에게 떠넘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보호자도 치매 환자를 종일 케어해주는 서비스인 '치매가족휴가제도'를 활용하면 한숨 돌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치매가 있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단기보호기관이나 방문 요양보호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단기보호기관 이용은 기존 연간 최대 9일(하루 24시간 기준)에서 10일(2026년까지 12일로 확대 추진)로, 종일 방문 요양은 연 18회(하루 12시간 기준)에서 20회(2026년까지 24회로 확대 추진)로 이용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본인부담 비용은 하루 1만3750원이다. 다만, 야간(22시~다음날 6시) 시간대에 이용한 경우에는 야간가산이 적용돼 최대 2750원 추가된다.
그러나 대다수 치매 보호자는 이런 제도를 모른다. 강원도 광역치매센터가 작년 12월 공개한 ‘치매가족휴가제 활성화 방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주·야간보호기관 내 단기보호 시범사업 참여기관과 시범사업 미참여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의 ‘치매가족휴가제 인지도’는 각각 39.5%, 29.4%에 불과했다. '치매가족휴가제 이용 경험'은 3.5%, 0.7%로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는 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0.13~0.18%에 불과했다. 치매 보호자 1000명 중 1명이 이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치매가족휴가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제도를 몰랐다"는 응답이 36.9%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향후 치매가족휴가제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5.3%에 달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휴가 이용 일수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한달에 4~5일, 1년 중 총 1개월은 쉴 수 있도록 치매가족휴가제 적용 일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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