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격화에 달러 강세, 고유가 지속 전망
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밀려 경제부담 가중될 듯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우려 등의 영향으로 15일 코스피는 개장초 3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7원 이상 상승 출발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주가와 환율 등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서 달러 강세 현상과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우리 경제 활력을 저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6원 오른 1382.0원에 개장했다. 개장 이후 오름세를 보이면서 오전 10시 기준 1380원대 중반에서 거래 중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022년 11월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말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데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늘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급격하게 상승 중이었는데 중동 분쟁까지 격화하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미국 금리 방향에 따라 강약이 결정되는데 (통화정책) 완화 강도가 약해질 것이란 전망에 달러는 강세 압력을 다시 받고 있다"며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는 국면에서는 강할 수밖에 없어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예측했다.
중동분쟁 유가 상승 촉발, 인플레이션 요인
중동 분쟁은 유가 상승을 촉발하고 이는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기름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673.3원으로 전주 대비 26.3원 올랐다. 기름값은 지난달 하순부터 3주 연속 상승세다. 석유류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월세 가격과 휴대전화 요금 등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라 향후 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달러 강세와 유가 상승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속속 뒤로 밀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오는 7월 인하에서 10월 인하로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치를 늦췄다. 키움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7월 인하에서 8월 인하로, 교보증권은 2분기 인하에서 3분기 인하로 전망을 조정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는 당장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고려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강달러와 고유가, 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특성상 유가나 환율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정부의 경기 부양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글로벌 공급망 상황 변화 등과 그 파급영향에 따라 국내외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도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시장 불안 발생 시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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