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전문가 이재성 상무 인터뷰
축산업도 스마트하게, 데이터 제공
"똑똑하게 장사하는 환경 구축할것"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는 축산업이라는 아날로그 분야를 디지털화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불황 속에도 매년 20%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식당이나 정육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주요 고객인데, 유통 비용을 줄여 가격 거품을 뺐다. 미트박스 플랫폼에서 원하는 부위와 수량을 골라 배송 버튼만 누르면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든 덕분이다. 미트박스에 가입한 식당 수는 전국에 5만2000곳, 정육점 수는 5600곳, 그 외 식자재·반려동물 업계 등 기타 유통업체 회원 수는 6800여명이다. 월 거래액은 400억원을 돌파했다.
고기 굽던 이 회사, 데이터를 요리하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미트박스 본사는 다른 회사엔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렴하고 맛있는 고기를 납품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회사에서 고기를 구워 맛을 본다. 건물 2층에는 상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와 주방이 있고, 옥상에는 널찍한 바비큐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직원들을 위해 삼겹살 200g을 단돈 1000원에 파는 고기 자판기까지 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나던 이 회사에 앞으로 데이터를 요리하는 냄새도 날 것으로 보인다. 축산업과 관련된 국내외 데이터를 가공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일인자를 지난해 영입했다. 데이터비즈실장을 맡은 이재성 상무다. 이 상무는 카페24, 11번가, SK플래닛, GS리테일 등에서 20여년간 디지털서비스를 맡으며 데이터 플랫폼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 시럽(Syrup), 구독 서비스 ‘T우주패스’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디지털 사업에 초창기 멤버로 참여했다.
데이터 플랫폼 선보여…AI로 장사하는 시대 온다
이 상무 주도로 추진된 축산물 데이터 플랫폼은 다음 달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그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축산업 종사자들이 ‘감’에 의존해 사업을 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해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트박스가 10년 동안 쌓아놓은, 그리고 지금도 매일 쌓이고 있는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니즈에 맞는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복잡한 숫자를 간단명료하게 시각화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있고 데이터에 대한 니즈가 높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1차 타깃"이라고 했다.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축산 시세에 영향을 주는 국제 곡물가격, 환율, 도축량 추이 등을 통해 언제 고기를 주문하는 게 가장 유리한지 알 수 있다. 또 비슷한 업종의 경쟁사들은 어디에서 어떤 고기를 주문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플랫폼을 고도화해 한우 파동과 같은 돌발 상황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빠르게 포착하고 상인들이 대응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객들이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식당업주의 경우 장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하루 수량을 AI로 정확하게 예측해 준비한다면, 가게 문 앞에 ‘준비한 수량이 모두 소진돼 일찍 문을 닫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일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이 상무는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판가름 난다"며 "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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