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0원대,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
"1400원 선 넘을 가능성 낮아"
더 오르면 외환당국 개입할 가능성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원/달러 환율이 11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에 급등해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고물가가 지속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려 달러가 강세를 보인 까닭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2원 오른 1364.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10일(1377.5원) 이후 최고치다. 12일에도 전날보다 3.6원 오른 1367.7원으로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1330원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3월 초 1310원대까지 하락했는데 이후 한 달간 1360원대로 올랐다. 단기간에 환율이 급등했음에도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환율 급등에도 당국이 개입 안 하는 이유
우리 외환당국이 아직은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지 않는 것은 현재의 달러 강세 현상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다 특별히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는 달러만 강세여서 원화뿐 아니라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도 동반 약세를 보인다. 특히 엔·달러 환율도 153엔을 돌파해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급등했지만 100엔당 원화 환율은 890원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달러만 유독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인 셈이다. 달러는 미국 경기 호조와 함께 미국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 기준금리 인하 시점 지연 등으로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105.189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지금 원화는 달러화 대비로 다른 나라보다는 평균적으로 잘 방어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넉넉한 외환보유액, 수출 호조 등으로 외환건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유의 깊게 외환시장을 살피고 있다"면서도 "현재의 환율 상황이 우리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경제활동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외의 요인으로 환율이 갑자기 확 튀어오르면 외환당국이 개입할 필요가 있지만 한 달 정도 기간에 걸쳐 환율이 조금씩 오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보다 원·달러 환율의 평균 레벨이 높아진 것이 정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같은 침체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탈세계화라는 현상을 반영해 원·달러 환율 평균 레벨이 과거보다 더 높아진 것이 정상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오를까
다만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환율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올라가면 기업들의 수출입 활동이 제약을 받고 금융회사들의 금융거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또한 수입품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으로 국내 내수 경기와 물가 압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잠재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외환당국은 2022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달러가 급격하게 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자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킨 바 있다. 환율 관련 발언이나 시장개입을 자제하는 정부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성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현재의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크게 오른다면 외환당국이 개입을 통해 시장을 진정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 분위기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5월 말까지 당분간 꾸준히 오르다가 1390원 정도를 찍은 뒤 1360원 보합권으로 내려올 것 같다"며 "연초 한국 수출업자 대금 지급, 외국인 배당 환전 등이 겹치고 있기 때문에 1300원 아래로 내려가진 않고 1360원대로 5월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이 없다면 1400원대까지 갈 수 있지만 연내 인하 전망이 있다면 1400원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며 "1370원대까지는 가능성을 열어두되, 추후 미국의 물가 지표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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