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압승에 기업 밸류업 정책 우려 커져 관련주 급락
금투세 폐지 불투명에 개인투자자 이탈 전망
예상보다 높은 美 물가에 금리 인하 지연 우려까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범야권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가운데 11일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2700선이 무너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확보하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모멘텀 약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여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 등을 꼽았다. 실제로 이날 약세는 전일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며 미국 증시가 하락한 영향도 반영됐다.
오전 9시5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39.09포인트(1.45%) 하락한 2666.07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27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처음이다. 총선과 미국 CPI 결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주와 지주사 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주들이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개장 직후 삼성물산 이 7% 넘게 하락했고 삼성생명 5%대, KB금융 은 4%대, 하나금융지주 3%대 약세를 보였다.
기업 밸류업 추진력 '약화'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이 야당의 과반 의석 확보에 따라 추진력이 약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정치구도상 여당의 의석수가 크게 변한 것이 없기는 해도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있어서 이전처럼 야당의 입김이 셀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며 "주식시장에서도 여·야당의 주요 쟁점이었던 금투세 폐지와 양도소득세 완화 등 법 개정안이 필요한 사안을 놓고 과세를 주장하는 야당이 의석수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점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과세 폐지 기대감을 후퇴시킬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정부가 내놓았던 정책 중 법 개정사항들에 대한 여야 간 협의가 진행될 것이고 협의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을 반영해 주식시장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다만 한국 주식시장의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양당 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하고 이미 지난 3월 말 이후 정책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에서 추가로 관련주의 변동성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이는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가치 프로그램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치 정책은 장기적인 국가 정책으로, 총선에 국한해 주가를 판단하는 것은 단기적인 시각"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가 가야 할 길이라는 데에는 견해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자사주 관련 정책 개선이나 높아진 주주환원율이 후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글로벌 경기 회복 및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보험성 금리 인하 시작 가능성에 따라 증시가 한 번 더 상승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짚었다.
금투세 폐지 제동에 개미 이탈 가능성
금투세 폐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으로, 내년부터 개인투자자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5000만원 초과분의 22%, 3억원 초과분의 2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당초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개인투자자 반발로 2년간 유예됐다. 고 센터장은 "야당이 크게 승리하면서 금투세 유예가 연장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투자자들의 이탈, 개인투자자 선호 종목의 하락 등으로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보다 확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자산별 득실을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가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데 여당의 총선 패배로 난관에 봉착하면서 연말 매물 출회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대신 더불어민주당은 ISA 계좌 납입한도를 현재보다 상향하고 납입금액을 전액 비과세해 세제 혜택을 주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산별·상품별 득실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 등이 총선 이후 주목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국내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추가 정책 방향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며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주요 변수라고 보여진다"면서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연내 2~3차례 낮아지며 미 10년물 금리가 4% 중후반대로 상승하면 국내 증시에는 조정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전일 발표된 미국 3월 CPI가 예상치를 상회하며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미국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고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다만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익 전망 개선은 증시에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3개월 연속 쇼크를 맞으면서 매크로 민감도가 높아졌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1분기 실적시즌이 순조롭게 시작하면서 이익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하방 경직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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