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제93조 따른 행위
위법성 인정 안 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22년 12월 국회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박석일)는 한 시민단체가 한 위원장을 피의사실공표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으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 1월 말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죄 안됨'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와 알선수뢰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설명하고 있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공수처는 구체적인 불기소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법무부장관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국회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노 의원의 피의사실을 일부 공개한 것은 '법령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돼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제93조(안건 심의) 본문은 '본회의는 안건을 심의할 때 그 안건을 심사한 위원장의 심사보고를 듣고 질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라고 정했다. 그리고 같은 조 단서는 '다만,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해서는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하여야 하고, 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로 질의와 토론을 모두 생략하거나 그 중 하나를 생략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한 위원장의 당시 발언은 정부가 제출한 체포동의안의 제안자로서 국회법에 따라 노 의원을 체포해야 하는 이유를 여야 의원들에게 설명한 것인 만큼 일부 피의사실을 공표했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장관으로 재직 중이었던 2022년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와 알선수뢰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설명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표결을 앞둔 국회의원들 앞에서 "동료에 대한 체포동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다음 두 가지를 고려하실 거라 생각한다"며 "첫째, 증거는 확실한지, 둘째, 국회의원을 체포할 만큼 무거운 범죄인지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선 증거가 확실한지 여부에 대해 한 위원장은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노 의원의 목소리,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저는 지난 20여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 다수를 직접 담당해 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은 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그 밖에도 "'귀하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공감 정치로 보답하렵니다'라고 돈을 줘서 고맙다고 하는 노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있고 '저번에 도와주셔서 잘 저걸 했는데 또 도와주느냐'는 노 의원의 목소리가 녹음된 전화 통화 녹음파일, 청탁받은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는 노 의원의 문자메시지, 청탁받은 내용이 적힌 노 의원의 자필 메모와 의원실 보좌진의 업무수첩도 있으며, 청탁을 이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국회 의정시스템을 이용해 청탁 내용을 질의하고 회신받은 내역까지 있다"고도 했다.
당시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석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하지만 이후 야당에서는 한 위원장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급기야 진보성향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022년 12월 30일 한 위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애초 공수처는 한 위원장 고발 사건을 수사1부에 배당해 수사했지만, 검사 인사 이동 등으로 인해 수사3부에서 최종 처분을 내리게 됐다.
공수처는 처분에 앞서 공수처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했는데, 한 전 장관의 발언이 필요 이상으로 상세했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지만 수심위 위원 과반수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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