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올 하반기 국회에 법안 제출
동일서비스-동일규제 원칙, OTT 규제 ↑
OTT 반발 여전 "유료방송과 특성 달라"
정부는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하에 통합미디어법(가칭)을 통해 미디어 업계를 규율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규제는 현재보다 강화되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강했던 지상파 등 기존 방송의 경우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22대 국회가 출범하는 만큼 여야 정치 지형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15일 방송통신위원회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 ‘통합미디어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통합미디어법은 TV와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와 OTT를 아우르는 법이다. 20년 넘도록 제자리에 있는 방송법을 손보고,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OTT를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안 발의 주체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법안이 마련되는 대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법안 마련이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에서도 이전부터 미디어 규제 체제 변화를 추진해오긴 했지만, 방송미디어 분야에서 1번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부터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통합미디어법은 문재인 정부 당시 ‘방송법 전부개정안’이라는 이름으로 20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던 한상혁 전 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5기 방통위는 2022년까지 법안을 제·개정하겠다는 계획을 2021년 1월에 밝혔지만, 해를 넘겼다.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로 ‘신구 미디어 미래 법제 마련’을 언급하면서 이동관 전 위원장의 6기 방통위가 통합 법제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업무계획을 통해 방송법, IPTV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분산된 신·구 미디어법을 정비해 통합미디어법 입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존에 만들어놨던 안을 바탕으로 계속 검토하고 맞춰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통합미디어법은 같은 범주로 묶이는 미디어의 경우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현재 다른 미디어에 비해 비교적 규제가 덜한 OTT는 규제가 더욱 커지는 반면, 규제가 강했던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등의 경우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존 방송과 뉴미디어의 규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맞춰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큰 틀에서 보면 기존 방송 규제는 현실에 맞춰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OTT는 이용자 입장에서 필요한 규제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했다.
OTT는 플랫폼사업자의 역할을 하는 IPTV나 케이블TV와 묶여 규제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행 유료방송 사업자는 7년 단위로 정부의 재허가 혹은 재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의 경우 시장 진입을 위해 정부의 허가 혹은 등록이 필요하지만, 그 대가로 일종의 독점권을 가질 수 있다"며 "누구나 시장에 진입이 가능한 OTT를 다른 미디어와 같이 규제하려면 독점권만큼의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업계마다 가지고 있는 제약과 이점 등 특성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OTT와 같은 범주에 묶일 가능성이 큰 케이블TV의 업계 관계자 역시 "OTT의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 유료방송의 규제 완화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강화된 규제가 글로벌 OTT 기업보다는 토종 OTT 업체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지난 12일 공시한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82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법인세 지출액은 매출의 0.4%인 36억원에 불과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법인세도 거의 내지 않는 상황에서 OTT 규제에 나선다면 국내 업체만 규제되는 역차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내 업체의 OTT 시장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외 사업자들 간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고려해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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