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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과일이 아닌데요"…대형마트 할인지원에 황당한 정육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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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 오히려 감소
동네 정육점, 대형마트와 힘겨운 가격경쟁

과일·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1500억원의 긴급 가격안정 자금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교적 가격이 안정적인 축산물에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지원금이 추가되자 동네 정육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긴급 가격안정 자금을 투입해 기존의 자조금을 활용해 시행해왔던 한우·한돈 할인행사를 각각 연중 10회에서 25회, 6회에서 10회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한우를 고르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한우를 고르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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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소(牛)프라이즈!’라는 이름으로 4월 할인 행사가 진행된다. 1등급 등심은 100g당 7510원, 1등급 양지 4730원, 1등급 불고기·국거리용 3020원 이하 수준에서 판매된다. 돼지고기의 경우 4월 중에만 3차례 할인 행사가 진행돼 한돈 삼겹살을 20% 내외로 할인된 가격인 1650~2090원(100g)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두 할인행사 모두 대형마트나 중소형마트 등에서 진행한다.


국내 축산물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채소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1월 8.8, 2월 12.2, 3월 10.9 올랐고, 과실은 1월 28.1, 2월 40.6, 3월 40.3 증가했다. 반면 축산물은 1월 0.3 감소하고 2월 1.1, 3월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지난 1일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국내산 축산물 수급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며, 향후에도 가격 안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축산물 물가의 안정성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달 15일 농축산물 물가안정을 위해 투입한 1500억원 예산 중 195억원을 축산물 할인에 분배해 한우·한돈·계란·닭고기 할인 폭을 확대하고 납품단가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기에 지금의 축산물 물가지수가 안정적이고, 앞으로도 인건비나 유통비 등의 가격이 오를 수도 있기에 사전 예방 차원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DALL·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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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기준 서울 성북구 하나로마트의 한우 행사가는 100g 기준 1등급 한우 구이용 등심이 7510원, 국거리용 3020원이었고, 같은 지역 내 이마트는 1등급 한우 불고기·국거리용 2990원, 한돈 삼겹살 2080원이었다. 홈플러스의 경우 자체 투자를 통해 멤버십 할인가로 2등급 한우 등심 100g에 4990원으로 판매하고, 정부 지원금을 받는 형식으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마트에서 국거리용 한우를 고르던 주부 이모씨(60)는 “평소보다 훨씬 저렴한 것 같다”며 “다른 곳에서 국거리용 한우 300g을 사려면 2만원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지원금이 없는 동네 정육점의 사정은 달랐다. 서울 시내 정육점에선 100g 기준 한돈 삼겹살 약 2300~2500원, 1등급 한우 구이용 등심 1만~1만 3000원, 양지 5000~6000원, 불고기·국거리용 3500~3700원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대형 마트 할인가와 일반 정육점의 100g당 가격 차이가 적게는 220원, 많게는 5000원 이상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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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형마트로부터 약 600m 떨어진 곳에서 10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옥성씨(73)는 “마트는 계란이면 계란, 고기면 고기, 과일이면 과일, 품목별로 지원해준다고 들었다”며 “큰 마트는 홍보도 해주고 할인 행사도 도와주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정육점 사장 박모씨(57)도 “요즘 물가가 비싸서 정부가 할인을 지원해주는 걸로 안다”며 “손님들이 과일이나 다른 물가가 워낙 비싸니까 고기가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하던데 왜 마트 고깃값을 지원해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육점은 현금 거래를 하거나 포스기 시스템이 잘 구축되지 않은 곳이 많아 할인행사를 실제로 시행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정책 집행의 효율성 측면에서 대형 업체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을 위해 투입된 예산이 자칫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당시에 세계 각국 정부가 민간에 돈을 풀면서 ‘재정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며 “민간에 직접 돈을 주거나 불필요한 곳에 보조금을 줌으로써 소비를 촉진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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