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통위 10회 연속 금리 동결 예상
꾸준히 밀리는 美 금리인하 시점
국제유가 반등, 잡히는 물가에 변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10회 연속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한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가장 큰 변수는 물가와 미국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될 거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거의 확실시된 분위기지만, 견조한 각종 지표에 피벗(방향 전환) 시점이 계속 밀리고 있어 시장의 주목이 이어진다.
아시아경제가 8일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전문가는 소비자물가(11명)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가 될 거라는 답변(중복 포함)을 내놨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1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2월 금통위를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장 큰 변수라고 답변한 전문가가 8명이었는데, 이번에는 2명이 늘어난 10명이 이와 같은 답변을 내놨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기자회견 이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뜨거운 노동시장과 오름세인 유가 탓에 시점이 계속 미뤄져 미국 상황을 언급한 전문가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후퇴하는 '韓 7월 인하설'
시장에서는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 첫 금리 인하 시점을 7월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오뉴월에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우리나라도 후행해서 한 차례 내릴 거라는 전망이었다. 다만 최근 미국의 뜨거운 고용지표와 연준 인사들의 매파 발언으로 '오뉴월 인하'에 대한 기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6월에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50.8%까지 뚝 떨어졌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경우 한국도 7월이 아닌 8월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그렇다고 내리는 것도 먼저 하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한미 금리차 축소를 위해,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에야 한은은 소극적 인하에 동참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내수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인플레도 안정돼가고 있으나, 미국을 무시하고 당장 인하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국내 여건과 대외 여건을 적절히 확인한 뒤 미국보다 동행 ·후행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건설 경기와 경기 여건을 답한 전문가도 각각 3명씩 있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고 인하를 개시한 이후에는 경기 여건이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와 함께 부동산 경기가 최대 변수라고 답한 김지나 연구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맞물린 중장기적 구조적 리스크에 정책이 가장 쏠려 있는데, 이는 국내 가계소비와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내수 등 전체 성장률과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온 국제유가도 우려 대상이다. 중동 정세 악화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 정책 유지 결정으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한 바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면 물가가 목표치(2%)에 도달하는 시점이 이연될 전망"이라며 "유가 급등 우려가 제한돼야 목표 물가로 가는 경로에 확신이 생길 것"이라고 부연했다. 물가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유가 방향에 따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언제 내리느냐'에 쏠려 있지만, '얼마나 빠르게 내리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하반기에 한은이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국내 여건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후의 속도가 달라지고, 이를 결정하는 가장 큰 지표가 지금으로써는 물가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세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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