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부분 질문에 "모른다"…현재 사망
피고 "노인 부탁받고 일부 심부름값 챙긴 것"
치매를 앓고 있던 이웃집 70대 노인의 체크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내 가로챈 혐의를 받던 5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판사 신동일 판사)은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5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5~28일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옆집에 사는 B씨(당시 79세)의 동의 없이 B씨 체크카드로 총 10회 걸쳐 790만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B씨 옆집에 살고 있었는데, B씨는 노령인 데다 치매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법정에 선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B씨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는 B씨가 자신의 체크카드를 건네주며 현금을 대신 인출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씨는 인출한 현금을 B씨에게 전달하고 그중 일부만을 심부름 값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치매 4등급을 앓고 있던 B씨는 피해를 보기 전 계좌 잔액과 피해를 본 후의 계좌 잔액, 체크카드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옆집 남성(A씨)이 방문했을 때의 정황 등 다수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 모른다고 진술했다. 더구나 이후 B씨는 사망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진술 조서에 부동의 했고, B씨가 사망한 점을 고려해 형사소송법 314조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다.
형사소송법 314조는 증인이 사망, 질병, 소재 불명 등의 이유로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때, 해당 사람이 신빙성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진술한 서류 등을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생전 B씨의 진술 당시, 노인복지센터 시설장 C씨가 진술 조력자로 참여했다. C씨는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B씨가 대답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진술을 도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C씨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A씨가 저질렀다는 심증을 가진 채 진술 조력자로 참여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유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B씨의 동의 없이 B씨 체크카드를 현금 인출에 사용한 경위와 방법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제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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