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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사과보다 망고·오렌지"…'과일 직수입'에 붐비는 마트, 한산한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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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 오렌지·바나나 1700t 공급
대형마트 정부 지원에 매출 신장
전통시장 "일원화된 지원 채널 필요"

'대한민국 식탁 물가 안정, 특대 8개 1만원.'


지난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판매대. 유난히 손님이 몰리는 곳으로 다가가자 큼지막한 팻말과 함께 산처럼 쌓인 미국산 네이블오렌지가 눈에 띄었다. 여성 두 명이 다가와 오렌지를 골라 담기 시작하자 금세 주변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카트를 끌고 주변을 지나치던 한 남성은 가격표를 보더니 "싸네"하며 매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주부 한희정씨(38)는 "오렌지가 알도 제법 큰데 8개에 1만원밖에 안 한다길래 구경하고 있었다"며 "요즘 사과와 배 가격에 비하면 수입과일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이 과일을 좋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나나와 만다린을 번갈아 가며 먹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용산구의 한 전통시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가지각색 과일이 널린 한 골목에선 이른 시간인데도 떨이가 한창이었다. '딸기 두 팩에 1만원, 1만원. 바나나 한 송이에 3000원 그냥 가져가세요'라는 상인의 말에도 좀처럼 발길을 멈추는 손님이 없었다. 20여분간 지켜보니 가지와 냉이를 사가는 손님은 몇몇 있었지만 과일을 사는 손님은 없었다. 다른 가게도 가지, 꽈리, 파프리카 등에만 손님이 몰리긴 마찬가지였다.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미국산 오렌지를 담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미국산 오렌지를 담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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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미국산 오렌지를 담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미국산 오렌지를 담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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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망고 등 1700t 공급…마트 매출 87% 늘어

정부가 치솟는 과일 가격을 잡고자 '과일 직수입' 카드를 빼든 가운데 시중가보다 저렴한 오렌지, 망고, 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을 찾아 대형마트를 찾는 시민이 늘고 있다. 반면 이번 직수입 공급 대상에서 제외된 전통시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자체 할인까지 더한 대형마트와 경쟁하게 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비상 수급 안정 대책 회의'를 열고 3~4월 사과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바나나, 오렌지 등을 직수입해 시중가 대비 20%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바나나 1140t, 오렌지 622t 등을 합쳐 약 1700t의 초도 물량이 21일부터 전국 대형마트에 공급됐다.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 '물가안정 긴급대책' 팻말이 걸려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 '물가안정 긴급대책' 팻말이 걸려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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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 품목도 기존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망고 등 5종에서 자몽, 아보카도, 만다린, 두리안 등 11종으로 확대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상기온으로 사과의 수확량이 많이 감소했고 한동안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과를 대체할 수 있는 수입 과일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며 "오는 6월 말까지 총 5만t의 과일을 직수입해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전국 대형마트에선 정부 '과일 직수입' 효과가 일찌감치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미국산 네이블오렌지와 에콰도르산 바나나를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 대형마트는 지난달 오렌지와 바나나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87%, 18% 늘었다. 이 밖에 태국산 망고, 미국산 만다린, 필리핀산 파인애플 등도 할인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오렌지는 지난달부터 무관세였고 정부 지원도 있어 물량을 대량으로 매입해 판매하는 중"이라며 "최근 국내산 과일이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과일을 위주로 찾는 손님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반된 전통시장…"물량 공세에 직격탄"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과일 직수입 등 정부의 물가 정책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시행되면서 전통시장은 타격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정부는 뒤늦게 전통시장 11곳을 납품 단가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지원 대상이 극히 일부라 현장에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골목상권 협동조합인 '나들가게'를 통해 직수입 과일을 공급하고 전통시장에까지 정책 효과를 닿게 한다는 구상도 밝혔으나, 나들가게 7000여개 점포 가운데 전통시장은 극소수라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상인들의 지적이다.


서울 용산구 한 전통시장에서 손님들이 농산물을 보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서울 용산구 한 전통시장에서 손님들이 농산물을 보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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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전통시장까지 지원하겠다고 여러 정책을 내놓긴 하는데, 지원 채널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여러 개로 중구난방이라 어떤 곳은 지원을 2~3개씩 받고, 어떤 곳은 하나도 받지 못하는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 소외되는 시장이 없도록 정부가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처럼 하나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정부 지원이 닿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전통시장으로까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하나의 행정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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