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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개기일식, 태양의 비밀을 푸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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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북미서 개기일식 발생
4분30초 동안 태양의 신비 '코로나' 밝힐 기회
NASA·천문연 등 연구 만반의 준비

2017년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 일식을 연속해 촬영한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 일식을 연속해 촬영한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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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에서 가장 중요한 별은 무엇일까. 단연코 태양이다. 태양은 태양계에 빛과 열을 보내주기도 하지만 태양풍을 내뿜어 지구상의 통신도 방해하고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태양을 연구하기는 쉽지 않다. 태양은 너무나 밝아 관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에서 태양을 연구하기에 최적의 시기가 있다. 바로 개기일식(Total Eclipse)이다.


올해는 8일(현지시간) 북미 대륙 우측을 따라 남쪽에서 북동쪽으로 개기일식이 발생한다. 개기일식은 멕시코, 미국, 캐나다를 지난다. 지난 개기일식도 2017년 미국에서 발생했다.

일식의 원리.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일식의 원리. 사진=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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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을 보기는 쉽지 않다. 자주 발생하지도 않거니와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발생 시간도 몇 분에 불과하다. 구름이 가리면 볼 수도 없다. 일식이 예고되면 전 세계에서 학자는 물론 천문 애호가들이 일식 현장으로 달려간다. 천문 애호인 정모씨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미국으로 향했다. 정씨는 "오로라와 개기일식을 보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일식은 달의 그림자가 태양을 가리는 천체 현상이다. 일식 중에서도 개기일식은 달의 그림자가 태양을 완전히 가린다. 개기일식은 과거부터 인류의 이목을 끌어왔다. 개기일식이 재앙의 징조라는 우려는 이제 사라졌다. 오히려 태양 연구를 위한 최적의 기회다.


2017년 천문연 개기일식 관측단이 미국에서 촬영한 개기일식과 코로나. 사진=한국천문연구원

2017년 천문연 개기일식 관측단이 미국에서 촬영한 개기일식과 코로나. 사진=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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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한 한국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개기일식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개기일식은 태양을 관측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지만 수년에 한 번 발생하거니와 발생 지역이 오지이거나 갈 수 없는 곳인 경우도 있다. 개기일식은 태양이 지나는 궤도를 따라 약 100㎞ 정도 거리 내에서만 볼 수 있다"며 "이 거리를 넘어서면 일식만을 볼 수 있다. 개기일식은 달의 본 그림자가 태양을 가려야 하는 만큼 더더욱 보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개기일식 연구를 위해 산간오지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고 했다.

다음 개기일식은 2026년 8월12일 아이슬란드와 스페인에서 발생한다. 2035년 9월2일에는 평양과 고성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 지역에서만 개기일식을 볼 수 있어 우리 연구진의 접근은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 개기일식은 지속시간이 최대 4분30초에 달한다. 개기일식은 극히 짧은 시간만 허용된다. 짧을 때는 2분 정도에 그치는 일도 있다. 이번 개기일식이 접근성이나 지속 시간 면에서 최적의 관측 기회인 이유다.


천문학자들에게 개기일식은 중요한 연구의 대상이다.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쪽 ‘코로나’를 지상에서 연구할 유일한 기회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평소 태양의 밝기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하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 때는 태양 밖으로 분출되는 코로나를 볼 수 있다.


코로나는 평균 온도가 수백만도에 이르며 수소폭탄 수천만개가 터지는 것과 같은 강력한 태양면 폭발인 태양 플레어와 코로나 질량 방출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것들이 우주로 퍼져나가는 것이 태양풍이다. 태양풍은 기상 변화를 일으키고 지구 환경에 큰 피해를 준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태양 연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난제는 코로나 온도 가열과 태양풍 가속의 원리이다. 태양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나아갈수록 온도가 낮아지지만, 바깥 대기 부분인 코로나에서는 오히려 수백만도까지 가열된다. 태양풍도 태양 표면에서 초속 수십 ㎞ 정도지만 코로나를 지나 지구 근처에서는 초속 수백㎞로 가속된다.


이미 미국의 우주항공국(NASA)도 이번 개기일식을 연구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나사는 하늘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하기 위해 지상 5만피트(약 16.6㎞) 상공에 세 대의 항공기로 연구팀을 나눠 보낼 예정이다. 구름 위로 올라가면 날씨와 관계없이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날씨야말로 개기일식 관측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고도를 높여 올라가면 개기일식 관측 시간도 지상보다 25%나 긴 6분22초로 늘어난다.

(우)우주공간에서의 열진공환경에 대비한 시험을 위해 대형 챔버에 장착된 CODEX의 모습.(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CODEX 탑재 위치. 사진=한국천문연

(우)우주공간에서의 열진공환경에 대비한 시험을 위해 대형 챔버에 장착된 CODEX의 모습.(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CODEX 탑재 위치. 사진=한국천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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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두 팀은 코로나를 촬영하고, 세 번째 팀은 지구 대기의 전리층을 측정할 예정이다. 나사 측은 이번 관측이 코로나의 구조와 온도, 태양이 지구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태양 근처에서 궤도를 돌 수 있는 소행성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 연구진도 코로나 연구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천문연은 이번 일식 때 텍사스주 람파사스시와 리키시에 두 팀의 관측단을 파견한다. 한 팀은 코로나를 연구하고 다른 팀은 나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국제우주정거장용 코로나그래프(CODEX)의 핵심 연구를 위한 마지막 지상 관측을 수행할 예정이다. 코로나그래프는 인공적으로 태양 원반을 가려 개기일식처럼 관측할 수 있는 특수한 망원경 장치다.


두 관측단은 오는 9월 발사를 앞둔 코덱스의 핵심 기술인 편광카메라와 새로운 편분광장비를 활용해 태양 반경의 1배에서 4배에 이르는 지역인 낮은 코로나 영역의 관측을 시도한다. 기상 악화에 따른 관측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 200㎞ 떨어진 두 곳에서 관측을 진행한다.


이 결과는 코덱스가 9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관측할 중간 코로나 영역인 태양 반경의 3~8배 영역의 관측 결과에 상호보완적인 연구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코덱스는 천문연이 나사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태양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에 관측해 2차원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 현재 코덱스는 최종 조립 단계에 있으며 올해 9월 발사 후 최대 2년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코덱스 한국 측 개발 책임자인 천문연 김연한 박사는 "나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코덱스는 태양 연구의 난제로 꼽히는 코로나 가열과 태양풍 가속 비밀의 실마리를 푸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개기일식 동안 새로운 관측기법과 새로운 관측기를 시험하는 것은 우주에 관측기를 올리기 전에 시험하는 필수 과정"이라고 기대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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