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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는 지금]⑦빅뱅벤처스 "내수 아닌 해외서 출발…조인트벤처 적극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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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훈 빅뱅벤처스 대표 인터뷰
'해외 검증 후 투자' 독보적 투자 전략
"'포스트 오일' 사업, 캐나다→중동 확장"

편집자주벤처캐피털(VC)은 자본시장의 최전방에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초기 기업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탓에 VC 업계도 부진을 겪고 있지만 될성부른 기업을 물색하고 키우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업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초대형 VC에서부터 신생 VC까지 다양한 투자사를 만나 투자 전략과 스토리를 들어본다.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어떻게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을지, '글로벌 스케일업'을 우선 고민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서 구태훈 빅뱅벤처스 대표를 만났다. 빅뱅벤처스는 2022년 5월 설립된 젊은 벤처캐피털(VC)이다. 운용자산(AUM)은 업력 11년 차 액셀러레이터(AC)인 협력사 빅뱅엔젤스와 합쳐 약 250억원이다. 빅뱅벤처스는 올해 상장한 150억원여원 규모의 유안타제15호스팩의 최대 주주기도 하다.


벤처·스타트업 투자 전략을 묻자, 구 대표는 '해외 검증 후 투자'라는 독창적인 모델을 소개했다. 처음부터 로컬 비즈니스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전략이다. 빅뱅엔젤스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를 통해 스타트업 초기투자와 기술검증을 진행하면 빅뱅벤처스는 이 스타트업을 해외로 데려가 사업성을 검토한다. 현지에서 사업성이 증명될 경우 후속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해외로 스타트업의 외형을 확장하는 대부분의 VC와 다르다.

구태훈 빅뱅벤처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구태훈 빅뱅벤처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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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회사와 조인트벤처 만들어 시장 공략"

구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카카오와 넥슨에서 15년 이상 엔지니어로 일했고, 2015년 VC 업계에 들어왔다. 같은 해 알파고가 등장하고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해외에서 작업할 기회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현지 관계자들과 관계망도 쌓을 수 있었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느낀 구 대표는 캐나다와 싱가포르 지사를 두고 빅뱅벤처스를 출범시켰다. 국내 스타트업을 해외로 진출시킬 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현지 회사와 조인트벤처(JV)를 세우는 전략을 활용한다. "야채를 잘 다듬는 회사가 국내에서 비빔밥을 판다고 해보자. 이 회사가 해외에 나갔을 땐 현지에서 생소한 비빔밥을 팔 게 아니라, 다듬기 기술을 카레를 만드는 데 적용해야 한다"며 "현지 카레 회사와 JV를 만들면, 이 스타트업은 한국에선 비빔밥을, 해외에선 카레를 팔 수 있다. 카레가 잘 팔리면 비빔밥을 소개할 길도 자연스럽게 열린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국내 많은 기업이 곧바로 미국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선 주목받기 어렵고, 막상 만난 투자자를 신뢰하기 어려운 위험성도 있다"며 "북미에서 캐나다는 '메이드 인 캐나다' 상품의 셀러, 미국은 이에 대한 바이어다. 빅뱅벤처스는 미국을 잘 아는 캐나다 기업과 JV를 설립한 뒤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포스트 오일(Post oil)'이다. 이에 따라 국내 수자원 처리 기술 스타트업인 비즈데이터와 앨버타 주 현지의 토양·수자원 분석 회사가 JV를 설립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 대표는 "자원 부국인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석유가 나오는 곳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앨버타 주"라며 "바이오와 농축산업이 매우 발달한 곳인데, 에너지·석유 분야가 떠오르면서 포스트 오일 이후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다. JV 설립을 통해 AI·빅데이터 분석으로 토양 오염 및 정화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지난해 10월 '중동 경제 사절단'에 참여하는 등 빅뱅벤처스 관계자들이 연이어 중동을 찾은 것도 토양 정화 기술의 확장성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석유 사업은 매우 심각한 토양 오염을 발생시킨다.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에서 석유 사업을 하려면 오염 해소 방안이 필수적인데, 앨버타 주는 관련 정화 사업이 이미 크게 형성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시장에 사업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트 오일' 주목…캐나다·중동에서 기회 찾는다

▲지엠엑스 ▲팜프로 ▲티엠이테라퓨틱스 등도 같은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엠엑스는 감각 질환 (아토피, 진통제)과 항암제 개발을 토대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 회사다. 구 대표는 "한양대 의대 교수님이 창업한 회사 지엠엑스엔 빅뱅엔젤스와 빅뱅벤처스가 초기부터 1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아토피 치료제를 만들던 중 노화 방지와 주름 개선, 미백 효과를 발견해 현재 화장품 샘플을 캐나다에 보냈다"며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사업화 및 브랜드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축산 기술 스타트업 팜프로 역시 해외 경쟁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팜프로는 소 귀에 센서를 달아 체온과 활동량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건강 상태와 발정 여부, 출산 시기 등을 농장주에게 모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양육 기술 스타트업 티엠이테라퓨틱스는 배양육 개발에 쓰이는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성장인자를 안정화하고 전달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관련 기술은 배양육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 대표는 "캐나다에도 파리 유충으로부터 발효시켜 비슷한 영양제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최근 티엠이테라퓨틱스와 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JV 설립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에 대해 구 대표는 "금리 인하 시기가 조금 좀 늦춰질 것 같다. 다만 우리는 주로 해외 시장을 다룬다"며 "일부 중동 국가와 캐나다 등은 공격적으로 신산업에 대한 창고를 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금리를 떠나 벤처투자 여력이 훨씬 많은 국가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보스턴)에 세 번째 해외지사인 '빅뱅벤처스USA'(Bigbang Ventures USA)를 설립했다. 현재 미국 내 AUM 규모는 90억원가량이다. 중동에도 네 번째 해외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태훈 빅뱅벤처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구태훈 빅뱅벤처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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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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