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의된 망 사용료 부과 법안이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쳐 반경쟁적일 수 있다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주장은 타당할까.
USTR은 최근 발표한 2024 무역장벽보고서에서 "2021년부터 해외 콘텐츠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한국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 내도록 요구하는 법안이 다수 국회에 발의됐다"며 "(한국 ISP는) 콘텐츠 사업자이기도 하기에, 미국 콘텐츠 사업자들이 내는 사용료는 한국의 경쟁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USTR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먼저 국내 CP(콘텐츠 사업자) 사들이 겪을 ‘역차별’ 문제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은 모습이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제일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면,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이미 내고 있는 국내 사업자 입장에선 역차별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망 사용료를 내는 사업자만 더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사업자가 점점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져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발의된 법안을 제대로 봤는지도 의문이다. USTR은 망 사용료 부과 법안이 글로벌, 특히 미국 기업을 타깃으로 의무화하고 강제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론 ISP와 CP 사간 협상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글로벌 CP 사는 사실상 구글만 남아있는 상태다. 구글은 국제적 지위나 협상력에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ISP에 앞서 있다. 구글은 망 사용료 입법이 이뤄지면 한국에서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 있고, 추가 비용은 유튜버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유튜버와 이용자들을 볼모 삼아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여러 가지 살펴볼 부분이 남았다. 우리뿐 아니라 국제 동향도 같이 살펴보고 있다"며 망 사용료에 대한 정부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USTR 보고서는 자국 기업을 위해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망 이용료 문제를 짚을 타이밍을 놓치면 우리 기업만 힘들어질 수 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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