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약, 온실가스 억제해야
글로벌 기후테크 투자 600억달러
국내는 올해가 K-기후테크 ‘원년’
섭씨 1.5도 저지선이 무너질 위기다. 1.5도는 9년 전인 2015년 전 세계가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세운 목표다.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의 1.5도 이하로 억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확정된 유엔(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040년이면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6년 뒤인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 재앙을 막으려면 현재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적응 기술을 개발하는 기후테크 분야에 돈이 몰리고, 관련 기업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3일 시장 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기후테크 투자 규모는 80조원(600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149억달러) 대비 4배 이상 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분석한 기후테크 전체 산업 규모도 2016년 169억달러에서 2032년에 1480억달러(약 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기후테크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기후테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기후테크 투자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질 경우 산업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은 민관의 공통된 인식이다.
기후테크 투자, 주요국의 5분의 1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의 기후테크 기술력은 특허 점유율로 봤을 때 7%대다. 일본 42%, 미국 20%, 독일 12% 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기후테크 산업 주체는 스타트업이지만 우리나라 스타트업 가운데 기후테크를 하는 곳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삼정KPMG가 분석해보니 전체의 4.9%에 불과했다. 네덜란드는 이 비중이 무려 15%에 달한다. 스웨덴과 독일, 프랑스 등도 10% 이상인 것과 대비된다. 문상원 삼정KPMG 상무는 "스타트업 1곳당 평균 투자 규모가 한국과 비슷한 인도, 호주 등도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비중이 10%가 넘는데 우리는 5%도 안 되며 유니콘(기업가지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은 전무하다"고 했다.
기후테크 민간투자 규모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선 기후테크에 약 30조원(215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진 반면, 한국은 약 1조7500억원 규모(13억달러)에 그쳤다. 상위 10개국 평균 투자 규모가 약 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5분의 1 수준이다.
올해 K-기후테크 성장 ‘원년’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보니 글로벌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리서치기업 클린테크 그룹이 최근 선정한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 명단에 한국 기업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클린테크 그룹은 2009년부터 매년 147개국 총 2만8000개 이상의 기업을 검토하고, 80명의 전문가가 향후 5~10년 동안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는 100개 기업을 선정한다. 한국에선 15년 동안 전력수요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그리드위즈만 2022년 단 한 차례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정수종 서울대 기후환경AI센터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와 비교했을 때 기후테크가 유독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밸런스를 맞춰 중견·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긍정적인 것은 정부가 최근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내놓고 정책자금 420조원을 앞으로 7년에 걸쳐 쏟아붓기로 한 것은 ‘K-기후테크’ 성장의 방아쇠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정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기후위기 대응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으면서 어느 기술이 상용화가 될 수 있고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라면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기후테크 시장 형성에 나선 국가에 비해 뒤처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력이 없는 것은 아닌 만큼 투자 체계가 잡혀 나가기 시작한 올해가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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